‘봄엔 봄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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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봄을 쓰자’
  •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dbhope@daum.net
  • 승인 2023.01.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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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 중앙신문=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 겨울을 지나고 있는 터널 안, 가끔 안내 등이 비치는 회색빛 저녁처럼 퀭한 바람이 스쳐간다가을엔 그 흔한 단풍을 들여다볼 시간도, 그 단풍에 사연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는데, 겨울은 꼬리를 힘껏 부풀려서 있는 바람을 다 불어 보낼 기세다.

비가온 뒤에 겨울 흙은 단단하다. 물기를 머금은 흙은 겨울 냉기에 그만 얼어붙어 딱딱하기가 돌이다. 단단한 얼음이 되어 표면을 덮었다. 흙도 겨울을 지내기가 힘이든 모양이다. 흙은 아마도 겨울인 지금, 봄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지금까지 역사에 근본인 흙이 그 생각이 쉬고 있을 리 없다.

흙이 녹아서 부드러울 때면 그동안 참았던 기지개를 펴는 일부터 세상을 기쁘게 할 일로 스케줄이 바쁠 터이다. 그 시간, 우리는 정확한 4계절이 있어서 계절정취를 느끼기엔 안성맞춤인 행복한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는 분명히 행운아 이다이러한 축복의 나라에서 맞는 봄에, 가만히 앉아서 따스한 햇살에 이상한 상념에나 취해서 꾸뻑하고 조는 노곤한 봄을 맞아서야 되겠는가.

작자의 상상이니 괘념치 마시길 바란다.

우선, 해야 할 일을 적어보듯 가볍게 적어나간다. 봄엔 할 일이 많다. 겨우내 움츠린 심신을 펴듯이 기다린 일도 있잖은가. 그 일을, 요샌 필기구가 좋아서 컬러풀하게 적기도하고 이모티콘이 많이 생겨 글 사이에 활용도 한다. 퍼스널 컴퓨터로 쓰는 것도 한자 한자 손가락에 힘을 빌어 쌓아지는 낱말의 아우성에 즐거움도 상당하다. 쓰면 쓸수록 써야할 낱말이 튀어나온다. 어느 순간엔 탈고에 탈고를 거듭하며 쌓여가는 단단한 문장력에 자신의 두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도 느껴보길 바란다. 보고 느낀 걸 쓰다보면 생각은 파생되므로 연이어 떠오르는 낱말에 어조사만 곁들이면 훌륭한 글이 된다는 거다.

이렇게 좋은 문자를 주신 조상님들께 감사하다는 묵념은 한번은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감사함에 뿌듯한 순간을 느끼게 된다봄엔 볼게 너무나 많다. 겨우내 얼어있어 단단한 땅에서 봄이 되어 무른 땅 사이로 올라오는 푸른 기운은 생명 그 자체이기에 소중한 존재다.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이기고 올라온 파란 보리는 신비하기까지 하다. 어려운 시절에 우리 삶을 책임졌었던 보리는 이 추운 겨울을 이기고 우리에게 보란 듯이 나타난 것을 우리가 기뻐 받지 않으면 순수한 보리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있는 힘을 다해 우리 앞에 서 있는 건 보리만이 아니다. 상록수도 서있고 또한, 이 세상이 그 소중하고 존귀한 흙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 흙에 도시생활로 자연에 무뎌진 눈길, 손길, 발길 그리고 마음 길까지 충분히 젖어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자연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자연도 우리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는 시간이 충분히 된다고 본다. 이게 진정한 인생의 휴식이요 재발견이 되리라. 그걸 느끼기 위해 어딘가로 멀리 떠나서가 아니다. 주위에 보면 겨우내 보지 못하던 현상이 봄이 되므로 나타나는걸 보면 된다.

영춘화가 피는 걸 필두로 바야흐로 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한여름에 백일홍이 피기까지 주구장창 피어나는 꽃들을 보게 된다. 이 꽃을 보며 노래하는 책임이 우리에겐 있으니, 그 흥에 겨운 노래를 글로 쓰는 거다. 단문의 , 멋들어진 정형時調, 알뜰한 수필 등 계절에 하나쯤은 글을 남기는 게 현대인에 주어진 책무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노트하나는 손에 들고 있어야한다. 아무리 복잡한 시대에 살더라도 우리를 지탱하는 머리를 진정 쉬게 하려면 지금부터 펜을 들어 쓰면 된다.

머리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중요한건 다른 이가 쓴 글을 읽어보는 게 좋다. 나를 보는 건 다른 이가 되어 나를 바라보면 된다. , 다른 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 내가 쓴 글은 다른 이가 읽는 거와 같은 논리이다. 굳이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을 거라면 부끄러워도 상관없다. 그러나 결국엔 보여주게 된다. 그래야 이해하고 다른 이는 또 이해하며 자신을 써간다. 글은 마음이오, 생각이담긴 말이니까. 또 주제를 비켜가거나, 중언부언해도 상관없다. 좀 지나면 아, 그랬었구나 하고 금방 알아차리니까. 그만큼 쓰는 게 중요하다.

날아다니는 새와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 노래하고 그리워하고, 집에 있는 애완동물들과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수없이 펼쳐진다. 바람과 이야기하고 그 바람에 내 마음도 띄워보고 모든 게 이야기에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지지 않을까.

방금 맺힌 과실과 대화하며 커가는 걸 본다면 생각이 달라지리. 이런 이야기를 써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이가 쓴 글을 수없이 읽어왔다. 그랬으면, 한번은 써봐야 한다. 지금 자 연필을 들자, 틀려도 지울 수 있게... 지금 쓰지 않으면 영원히 쓰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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