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이 고리사채업자 소릴 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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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이 고리사채업자 소릴 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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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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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은행이 고리사채업자 소릴 들어서야. (CG=중앙신문)

| 중앙신문=중앙신문 | 서민들은 고금리에 허리가 휠 정도인데 시중은행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 기본급 대비 30040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자유 경제 체제에서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실태는 이와 조금은 다르다. 은행의 이익이 지난 수년간 고통받아 온 서민과 기업들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렸다. 푼돈을 거두고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다며 매번 인상폭도 최대로 했다. 시중은행의 이익은 그 결과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06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9000억원이 증가했다. 거기에 금융 당국의 어설픈 예대 금리 관리로 수익은 더욱 늘어났다. 예금금리를 억제하다 보니 대출금리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 한 탓이다. 이익이 나자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신한은행도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361%로 늘려 잡았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직원 1인당 34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자 이익을 갖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불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보는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급작스레 올라버린 금리에 질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 특히 부동산 폭등세의 끝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구입한 젊은 부부들은 더하다, 아직도 빚을 내면서까지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마음도 끓게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고통이 은행 배를 불리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이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가 1870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모두가 은행 등 금융권을 통해 지급된 금액이다. 원금은 고사하고 감당해야 할 이자만 봤을 때도 은행 등의 수입은 엄청나다. 국가 경제가 위협받는 수준까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사이 역으로 은행 살림살이는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은 이자율 급등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은행들만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며 모럴해저드라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이를 의식한 듯 일부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경제 논리를 내세우지 말고 시중은행이 고리사채업자 소릴 듣지 않도록 제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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