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데도 의료 선진국이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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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데도 의료 선진국이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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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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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이런데도 의료 선진국이라 하나. (CG=중앙신문)

| 중앙신문=중앙신문 |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에 속한다. 이런 나라에서 전문 의사가 부족해 어린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수치다. 그래서 엊그제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키로 한 소식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일부 병원이 만 16세 이하 소아 청소년들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멈춘 적은 있어도 입원 환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길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단은 전공의 부족이 아니라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의사가 없으니 병동 운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은 간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그동안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놓고 볼 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필수의료 위기에 대한 경고는 수없이 나왔다. 정부는 그때마다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번번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도 고위험 수술과 분만·소아 치료 등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정책 수가 도입, 인력 공급 확대 등을 담은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인력 공급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의료수가 개선책이 미흡, 근본 대책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이러는 가운데 의료공백은 커져만 갔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물론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다른 필수 진료과 전공의 부족이 심화되고, 전문의 부족 사태로 이어지면서 응급환자나 임신부가 수술 의사를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개중에 소아청소년과가 제일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내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만 봐도 그렇다. 전공의 지원율이 16%로 전공의를 모집한 병원 60곳 가운데 49곳이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다. 대학병원들도 내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207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이달 확인된 지원자는 33(15.9%)에 불과했다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 붕괴의 원인으로 낮은 의료보험 수가, 전무한 비급여 수익, 신생아 급감에 따른 환자 감소, 의료사고 책임부담 등을 꼽는다. 이로 인해 폐업 신고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최근 5년간 660곳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외과, 산부인과 등은 의료법상 종합병원이 갖춰야 할 필수 진료과목이다. 그런데도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 기능은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라지는 동네 병원 대신 환자가 기댈 곳은 종합병원뿐이데도 말이다. 필수 의료진의 붕괴 심화로 의료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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