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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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의 꿈
  • 이민희 청소년행복공작소 희 소장  alsgml014@naver.com
  • 승인 2022.12.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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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부회장
이민희 청소년행복공작소 희 소장

| 중앙신문=이민희 청소년행복공작소 희 소장 | 사람들은 쉽게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다시 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인 학창시절을 의미 없이 보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무슨 청소년들이 희망을 키우고 꿈을 가질 수 있고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무당벌레는 무슨 꿈이 있을까? 라는 반문을 가진 것은 내 나이 불혹이 돼서다. 언제였던가, 고등학생이 된 아이를 학교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무당벌레가 날아 들어와 앉았다 날아가고 다시 날아오고 사람들이 쫓으면 다시 날아갔다 돌아오는 무당벌레를 보고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 우리 여고시절에 별명이 무당벌레였지" 붉은색 교복에 검정색 스타킹을 싣은 우리들을 멀리서 보면 꼭 무당벌레 같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우리 학교 옆 여학교는 초록색에 흰색 스타킹이라서 배추벌레였다는 생각과 함께 문뜩 옛날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1996년 봄. 지금은 용인시도 수원시와 같은 대 도시의 특례시로 발전했지만, 당시만 해도 용인시는 시골지역으로 논과 밭이 더 많았다. 시골 학교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용인지역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데, 필자는 부모님의 많은 관심을 받은 덕분에 수원지역으로 학교를 배정 받았다. 그것도 수원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수원여고에 배정받았다. 수원으로 학교 가는 필자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수원여고에 입학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된 것도 아니고 차가 많은 것도 아니여서, 집에서 신갈까지 버스를 타고 신갈에서 다시 수원 가는 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고등동 수원여고 앞까지... 운이 좋으면 두 번 운이 나쁜 날은 세 번 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가고 하교시간에는 팔달산을 걸어서 넘어와 남문에서 용인 가는 버스를 타면 두 번 갈아타고 집에 도착한다. 당시 등하교 시간만 최소한 4시간을 보냈다. 수원에 사는 친구들처럼 생일파티나 학원은 꿈도 못 꾸고 집에서 학교, 학교에서 집으로만 오고 가면서 보낸 기억 밖에 없는 학창 시절이 무슨 추억이 있었겠고 무슨 꿈이 있었겠는가?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과 결혼, 그리고 육아로 정신없는 삶을 살다가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추억이 없던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고, 그래 청소년을 위한 무엇인가 한번 만들어 보자. 청소년들이 일 년에 단 하루라도 아니 일 년에 단 한번이라도 마음껏 뛰어 놀고 목청 높여 소리 지르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을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결심과 동시에 공직생활을 하루아침에 벗어 던지고 무조건 나와서 사무실을 내고 청소년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청소년 행복 공작소 를 만들게 됐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경제, 문화 등이 급성장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미혼모, 독거노인 등을 위한 봉사단체는 많은데 멀쩡한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단체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이를 보고 느낀 청소년을 위한 봉사단체의 꿈을 실천하기로 하였다. 지난해 봄 용인 동백호수공원에서 '청소년만을 위한 가요제'를 처음으로 열게 되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무대와 관객을 꽉채운 청소년가요제는 나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행사로 고무되어 있었는데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서 지난 가을에는 같은 동백호수공원에서 '스트리트 스튜던트 파이터 청소년 댄스경연대회'를 열어 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집에서 학교, 학교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으로 추억 없는 학창시절을 원한다고 해도, 나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일 년에 단 한번 만이라도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마음껏 노래 부르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날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무당벌레가 농산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무당벌레는 유충에서 성충이 될 때까지 마리 당 1천 마리의 진딧물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피해보다는 오히려 농사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곤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 무당벌레처럼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볼 수 있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삶, 청소년에게 추억을 주는 삶, 어쩌면 이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 추억을 만드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하나로 내년을 준비해야겠다. 청소년들이여 여러분은 우리들의 미래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다. 희망과 추억은 청소년들이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무당벌레의 꿈이다.

이민희 청소년행복공작소 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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