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배우는 소소한 이야기] 가을, 너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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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배우는 소소한 이야기] 가을, 너를 떠나보내며
  • 장수연 와석초 교사  rabbitkom2@naver.com
  • 승인 2022.1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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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와석초 교사
장수연 와석초 교사

완연한 가을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통행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나들이를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 꽃과 나무도 가을의 따뜻한 햇볕을 누리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낸다. 나무 아래로 수많은 낙엽들이 거리를 물들이고, 국화의 다채로운 색의 향연 속에서 평화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실상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와 꽃은 비장하기만 하다. 이제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나무는 자신을 덮어주었던 잎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꽃은 어떤가? 화려한 꽃잎과 색들로 하나라도 더 많은 열매를 맺어 씨앗을 만들어 내기 급급하다. 인간의 몸도 겨울을 맞이하여 몸을 웅크리고, 추위를 이겨낼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느라 입맛도 좋아진다. 이렇듯 가을은 봄, 여름의 결과물이자 다가올 추위를 준비하는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잎들이 떨어진 나무의 앙상함을 바라보다 가지 끝에 간신히 걸려 있는 잎에 마음이 갔다. 떨어뜨리는 나무의 입장과 매달려 떨고 있는 잎의 입장이 어찌 이리 다를까? 그러나 떨어뜨리지 못해 겨우내 매달려 있는 잎이 있다면, 수분 흡수는 적은데 수분 증발이 많아져 더 매서운 겨울을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나무는 어쩔 수 없이 가차 없이 나뭇잎을 떨어뜨리어 내는 것이다. 이 때 나무는 떨겨층을 만들어 낸다. 떨궈낸 나뭇잎과 가지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 완전히 분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떠나다 이와 층층이 층자를 써서 이층(離層)이라 한다. 나무는 철저하게 이별을 준비하며, 봄과 여름내 품었던 잎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떠나간 잎의 자리에 세균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겨울 동안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잎을 본 적이 있다. 내 몸에 수분을 줄여 동절기를 견뎌내야 하는 나무 입장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다.

추운 겨울 말라버린 잎을 품고 있는 나무를 보면 더 춥고,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왜 나무는 잎을 떨어뜨려내지 않은 것일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는 나무가 어리거나 서툴러서 그 해 미처 나뭇잎을 떨어뜨려내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가 겨울 준비를 잘하지 못한 것이고, 그로 인해 더욱더 혹독하게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별해야 할 때 하지 못한 나무의 모습이 처량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떠나보내지 못하는 애절한 나무의 애착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 덕분에 제때 떨어뜨려내지 못한 나무는 수분이 나뭇잎을 통해 계속 빠져나가 수분 흡수가 어려운 겨울을 힘들게 보내야 하고, 나뭇잎 또한 나무 끝에 매달려 매서운 겨울바람을 그대로 견뎌야 한다. 만약 떨어져 낙엽이 되었다면 낙엽과 낙엽이 서로 이불이 되어주어 나무와 잎은 좀 더 편안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간략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 중략 -

이형기 시인의 낙화란 시의 일부분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오히려 멋진 법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떠나는 상대방을 받아들이지 못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봄여름 내 나뭇가지 끝에 걸려 제 몸을 키운 나뭇잎은 가을 한철 어여쁜 노랑, 빨강 빛을 띠지만 떨어지는 못한 잎은 나무 끝에 걸려 점점 아름다운 색을 읽고 말라 비틀어져 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찌 연인만 있겠는가, 부모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자식을 제 때에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와 부모 곁을 제때 떠나지 못한 자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성했던 잎의 찬란한 색의 축제가 사그라지는 가을의 끝과 겨울의 문턱에서 제 시간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 있는 지혜와 알맞은 때에 떠날 수 있는 용기와 단호함을 가질 수 있도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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