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이음길] ‘천마’가 나타났다는 전설 간직한, 서로이음길 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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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이음길] ‘천마’가 나타났다는 전설 간직한, 서로이음길 3코스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2.11.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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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편집자주] 본보는 인천 곳곳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생활 가까이서 건강한 휴식을 선물하는 친환경 둘레길을 소개하기로 하고, 첫 번째로 인천 내륙에서(강화, 옹진 제외)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서구지역 곳곳을 탐방하는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한남정맥과 이어지는 도심 속 숲길을 따라 추억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조성한 둘레길인 서로이음길을 걸으며 건강과 추억을 모두 찾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번엔 서로이음길 전체 11개 코스 중 3번째 코스인 천마산 둘레길이다.

서로이음길 3코스 천마산 입구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
지난 20일 정오쯤, 서로이음길 3코스인 천마산 입구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

# 천마가 출현했다는 전설 간직한 천마산

서로이음길 3코스의 시작점은 서구 가정동 하나아파트 인근에서 시작한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지난 20일 정오쯤, 세 번째 서로이음길 걷기를 위해 천마산 입구를 찾았다.

마치 동네 뒷산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아파트 뒤편 길을 찾아가다 보면 산으로 향하는 데크가 마련되어있다. 먼지를 털 수 있는 도구는 물론 간단한 운동기구도 마련돼 있어 가벼운 산책이 가능하도록 꾸며놓았다. 이곳이 천마산으로 가는 시작점이다.

천마산은 인천 서구 공촌동, 심곡동과 계양구 효성동 사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오랫동안 철마산으로 잘못 불리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이유에 대해 부평의 향토사학자인 고 조기준 선생에 따르면 1916년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세부 측량 때 도면에 철마산으로 표기하면서 천마산철마산으로 둔갑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천마산은 옛날에 이 산 계곡에서 천마가 나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 정상에는 말 발자국 모양의 바위가 지금도 일부 남아 있어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선시대 천마산 아래(지금의 서구 가정동) 이씨 문중에서 아기장수가 태어났는데, 그 아기는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걷고 날개가 달려 천장으로 날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조정이 알면,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멸문을 당할 것이 두려워 아기장수의 부모는 결국 자신들의 손으로 아이를 죽였다. 아이가 죽자 산에서 출현한 천마도 따라 죽었는데, 그 뒤로 이씨 문중에서는 인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천마와 아기장수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천마산을 오르는 나무계단. (사진=이복수 기자)
이미 몇 차례 비바람이 분 탓인지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놓고 있다. (사진=이복 복수 기자)

# 등산하기 딱 좋은 가을볕을 즐기다

아직 한낮 온도가 20도에 육박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 아직은 땀이 나는 시기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산길에 접어들었다. 산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었다. 길에 쌓인 낙엽을 조심스럽게 치워내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등산로 조성을 위해 바닥에 가마니 종류를 깔아놓았는데, 외려 더 미끄럽다는 느낌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산책에 나선 이들이 제법 많았다. 내려오는 사람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가을의 끝자락에 들어섰다는 것은 등산로에 자리 잡은 나무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미 몇 차례 비바람이 분 탓인지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2022년 가을도 역사로 사라지고 있었다. 곧 겨울이 오면 가지 위로 눈꽃이 쌓일 것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계절을 돌고 도니까, 곧 앙상한 가지에도 새잎이 돋는 날이 올 것을 생각하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1시간 남짓 걸어가니 정상이 가까워짐을 안내하는 높은 철탑이 보였다.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구지역 주요 개발지인 루원시티의 개발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이복수 기자)
1시간 남짓 걸어가니 정상이 가까워짐을 안내하는 높은 철탑이 보였다. 정상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들. (사진=이복수 기자)

1시간 남짓 걸어가니 정상이 가까워짐을 안내하는 높은 철탑이 보였다.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구지역 주요 개발지인 루원시티의 개발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산 아래의 넓은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등산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정상을 지나쳐 산 중턱으로 조금 더 이동해보면 천마바위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곳에는 마치 말이 힘차게 달려 도약하는 듯 한 바위 자국이 많이 있어 천마바위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진=이복수 기자)

# 천마가 밟았다는 말 발자국

정상을 지나쳐 산 중턱으로 조금 더 이동해보면 천마바위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곳에는 마치 말이 힘차게 달려 도약하는 듯 한 바위 자국이 많이 있어 천마바위라고 불린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새겨진 것이 아닌, 자연적인 형상이지만 옛사람들은 바위 모양이 이 산에 살았다는 천마가 남긴 것이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전해왔다. 단순 자연 현상에도 의미를 부여한 선조들의 지혜와 재치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이번 둘레길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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