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졸 혼(卒 婚)의 명암(明暗)과 대처(對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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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졸 혼(卒 婚)의 명암(明暗)과 대처(對處)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2.11.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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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졸 혼이란 혼인관계를 졸업하다.’는 의미로 이혼하지 않고 법적으로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주거 공간이 다르고, 각자의 생활과 취미 등 각자의 사생활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가족들의 행사 등에서는 만나기도 하는 형태이다. 졸 혼이라는 말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彬山 由美子)졸 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신조어(新造語)로 새롭게 탄생한 결혼관, 졸 혼은 가족의 유대감은 유지하고, 자식들 상처를 최소화 하며 독자적 삶을 꾸리는 방식이다. 졸 혼의 밝은 측면, ()은 자기만의 삶의 주도권을 갖고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며 혼자 사는 즐거움과 행복감이고, 어두운 측면, ()은 스스로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고단함과 번거로움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이다. 세상사 그렇듯이 졸 혼도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양존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의 서약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 까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 까지라는 말은 이제 가능한 한’ ‘되도록 이면이라는 말로 바뀌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의학의 발달로 말미암아 평균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오늘날은 부부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거나, 그렇게 하고자 생각하는 부부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로, 두 사람을 묶고 있던 해로의 환상이나 애정은 사막의 바위처럼 풍화 되어 가고 있고, 멀쩡했던 부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화가 심해 더 이상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불가능한 부부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은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고 살 수 있는 졸 혼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시의적절(時宜適切)한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남자는 나이가 들면 젊어서 불같은 성정도 유(:부드럽고 순한)해지지만 여자는 참(성질이나 행동이 꼼꼼하고, 차분하며 얌전한)했던 성격이 점점 강성(强性: 전투적 성격)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노년의 부부의 금슬이 아내가 이해심 많고 덕이 있으면 순탄해, 해로(偕老)에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자가 무한대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평소 가장 낮은 자세가 아니라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있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면 졸 혼의 범주를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는가? ‘졸 혼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독립된 자기 주도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이혼의 문턱에서 자식들 때문에혹은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이혼의 대안으로 졸 혼을 생각하거나 감행(敢行:과감하게 실행함)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 방만 따로 따로 사용하고 서로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졸 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경우에 해당되고, 엄밀히 말해 졸 혼독립된 공간에서 독립된 생활로 이혼의 대안으로써 졸 혼으로, 이는 중, 장년들 특히 60대 이후 노년의 졸 혼이 주()가 되는 것이다.

졸 혼을 계획하거나 실행하기 전에 고민이 필요하다. 시대적 분위기인 졸 혼이 주목 받고는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섣부른 판단과 실행은 자신의 삶을 나락(那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으로 빠뜨릴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하며 주도면밀한 준비, 대비(對備)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삶이 60대 이후 잉여인지 본질인지 성찰(省察: 자신의 마음을 신중하게 살핌)해 봐야 한다. 그리고 졸 혼 보다는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원죄(?)가 자신은 아닌지? 졸 혼이 아닌 다른 묘안은 없는지? 등이다.

졸 혼을 계획하거나 실행에 앞서 심사숙고해야할 점들은 무엇이 있는가? 첫째, 경제력은 최우선 순위이다. 일정한 수입과 위급한 상황을 대비한 적정(適正)한 목돈, 비상금도 필요하다. 자신의 최소 생활비를 따져 꼼꼼히 계산해 봐야한다. 시인인 김 갑수는 졸 혼의 전제조건으로 고독, 기본적으로 자기 삶을 꼽았다. 그러면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고독감을 버텨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졸 혼의 전제 조건이 고독과 외로움인데 거기다가 경제적 빈곤까지 가중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둘째, 자기 관리이다. 혼자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지, 집안일은 할 수 있는지, 건강관리는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평소 라면하나도 끓일지 모른다면 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밖에 나가 외식하면 되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외식도 몇 끼 이고, 며칠이지 물리는 법이다. 그러면 재료 사다 스스로 해 먹어야 한다. 집안일이야 요즈음은 편리한 가전제품들이 있으니 게으르지만 않다면 별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건강관리이다. 지병이 없다면 스스로 잘 관리하면 되지만 지병이 있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이라면 혼자만의 생활은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하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안정감이다. 혼자 지내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피할 길이 없다. 특히 지병 없이 건강해도 감기나 몸살만 심하게 앓아도 서글픈 생각이 들며, 우리나라 양대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날 찾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이웃집에서 가족들끼리 모여 웃음소리라도 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끝내는 웬만큼 독하고 강심장이 아니라면 대성통곡(大聲痛哭)하게 된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순간(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부부가 잘 만나면 축복이고 잘못 만나면 재앙이라고!’ 때늦은 후회는 비통함과 비애감만을 한층 더 가중시킬 뿐이다.

그러면 졸 혼을 어찌되었든 선택했고 감행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둘이 있어 불편함 보다는 혼자의 외로움이 낫다.’는 대 전제(前提)만 있다면 무엇이 두렵고 걱정인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 아니다. 스스로 헤쳐 나아가면 된다. 사람은 본래 영하 50도에서도, 영상 50도에서도 살 수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면서 잘 살 수 있다. 이제 본인이 하나씩 순응하고, 적응(2년 정도면 적응됨)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 보자. 맨 먼저 경제력을 보자. 무일푼인데 졸 혼을 결정하고 감행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혼자 살면서 그렇게 큰돈 필요 없다. 최소한의 비용이면 된다. 귀촌을 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쓰기 나름이다. 한 달 100만원이면 충분한 사람이 있고 1,000만원도 부족한 사람이 있다. 본인의 경제력에 맞게 알뜰하고 규모(規模:씀씀이의 계획성이나 일정한 한도)있게 생활하면 된다. 다음으로 자기관리를 보자. 요즈음은 요리에 관한 서적이나 인테넷이나 유투브에 정보들이 많이 있다. 처음에는 서툴고 실수해도 몇 번 거듭하다보면 나만의 방식, 내 입맛에 맞게 된다. 집안 살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지런하고 청결해야하며, 규칙적이고 습관화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관리는 본인에게 무엇이 해가 되고 득이 되는 것인지 잘 아는 법이니 적절하게 관리하고, 꾸준히 운동도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보자. 수필가이신 김 형석교수님이 쓴 고독이라는 병에서 인간은 누구나 고독이라는 병을 가진 듯하다. 고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랑에는 어떤 사랑이 있는가? 인간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사랑, 하나님에 대한 사랑 등 이 있다. 삶이 향기 나게 해야 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진다. 그러므로 내 사랑이 걸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행복은 마음먹기 에 달려있다.’고 말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행복은 자신의 발치에서 키워가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 현실에 만족하는 마음, 겸손하고 겸양의 태도, 그리고 분노하고, 후회하고, 누군가를 원망하지 말아야한다. 인간은 자신이 행복의 창조자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마음 다스리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음 추스르기, 마음 달래기야 말로 혼자만의 삶을 영위해 나아가야하는 졸 혼한 자()가 최우선해야하는 생활의 지혜이다. ‘누구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스스로 길을 가야한다.’ 부처님 말씀이다.

끝으로 성철스님의 말씀을 인용한다. “한 부엌에서 은혜와 원수가 나니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내(남편), 자식, 형제가 은혜가 되고 원수가 된다. 한 부엌에서 원수가 아닌 은혜가 나를 행복한 삶을 살도록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다들 걱정하고 두려워 하지마라. 딱 두 가지 아픈가? 안 아픈가?’ 만 생각하라.” 지금 건강 하다면 마음 다스리기의 꽃인 관대함으로 분하고 억울한, 마음의 응어리를 모두 풀어 나만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노년에 맞은 졸 혼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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