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경영이야기] 세상을 지배하는 힘, 석유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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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이야기] 세상을 지배하는 힘, 석유와 반도체
  • 이종민 경영학 박사  jong7min8@naver.com
  • 승인 2022.11.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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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경영학 박사
이종민 경영학 박사

| 중앙신문=이종민 경영학 박사 |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었고, 학교와 기업들은 비대면 수업 시행, 재택근무 활성화, 원격 회의, 인공지능 및 무인 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이러한 영향으로 서버 수요가 늘었고 노트북 판매량이 증가하였다. 가정용 PC와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에서 필요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서버용 반도체이다. 또한 소비 가전제품, 자동차, 유무선 통신, 군사 및 방위산업, 항공 우주 등에서도 반도체를 사용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전기가 들어가는 제품 대부분은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반도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작년과 동일하게 여전히 반도체 공급 문제가 지속되면서, 올해도 신차 출고일정은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로 급감했던 판매가 회복세를 타던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부족 현상으로 감산 체제로 내몰리게 된다.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한국의 현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이처럼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많아지면서, 반도체 수급은 이제 자동차 산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보다 반도체 부품이 3배 이상 필요하다. 앞으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의 비중이 더 늘어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이어서 자동차까지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떠오름에 따라, 반도체 설계 및 생산기술 자체가 석유와 같은 지위를 갖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반도체가 석유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반도체가 없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상품 생산도, 기업 운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또한 "반도체는 마치 석유와 같다면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국제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겔싱어는 "지난 50년 동안 석유 매장량이 지정학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반도체가 석유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과연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석유에서 반도체로 바뀌어 갈 수 있을까. 20세기 이후 석유는 전쟁의 원인이자 불씨였다. 강대국들은 석유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석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적인 자원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여전히 석유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은 강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역할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강대국들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 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규제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80%는 아시아, 20%는 미국과 유럽지역에 있다.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치솟고 공급 망이 붕괴되었을 때, 선진국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기간산업 넘어 국가의 전략적 무기되어 버렸다. 주요 핵심 산업 군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향후 반도체 핵심기술을 지닌 국가들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석유가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필수적이고 전략적인 자원으로 인식되어 왔다. 앞으로는 반도체 제조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석유 매장량보다 반도체 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도체 기술 보유국인 대한민국이 중동의 석유 보유국과 같은 국제적 지위를 갖게 될 수 있을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이종민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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