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 변호사의 깨알 법률지식] 믿었던 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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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변호사의 깨알 법률지식] 믿었던 형의 배신
  • 안선영 변호사  sunyoung.an@barunlaw.com
  • 승인 2022.10.2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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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안선영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 중앙신문=안선영 변호사 | Q : A씨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B씨로부터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이라고 한다)10억원에 매수하면서, A씨 명의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했으나, 잔금지급기일에 A씨가 B씨에게 부탁하여 매수인을 A씨에서 친형인 C씨로만 바꾼 동일한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등기용으로 다시 작성한 다음, C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시점에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C씨가 자신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A씨를 배신하고 이 사건 아파트를 D씨에게 20억원에 팔아버린 후 위 아파트의 처분대금을 도박 빚 변제 등에 다 써버렸다.

A씨가 C씨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A : 먼저, A씨가 D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되찾아 올 수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되찾아 올 수 없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4조 제1, 2항이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보고,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경료된 등기도 무효로 보고 있지만, 같은 조 제3항이 제3자의 선악을 불문하고 위와 같은 무효로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령 D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실제 소유자는 A씨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D씨는 적법·유효하게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A씨는 이 사건 아파트를 A씨의 소유로 되찾아 올 수 없다.

다음으로, A씨가 C씨를 횡령죄로 처벌받게 할 수 있는가?

이 또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할 수 없다. 종전에는 대법원이 양자 간 명의신탁과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을 때 횡령죄를 인정하였으나, 그 후 전원합의체 판결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없어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횡령죄를 인정했던 종전 판례들을 변경했기 때문에, 더 이상 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A씨가 C씨에게 20억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결론은 A씨와 C씨 사이의 명의신탁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계약명의신탁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사료된다. 즉 매도인 B씨가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A씨는 C씨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살 때 지급했던 매수자금인 10억 원의 반환만 구할 수 있는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A씨와 C씨 사이의 명의신탁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일 경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로 인해 취득한 이익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 A씨가 C씨를 상대로 20억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A씨와 C씨 사이의 명의신탁은 어떤 명의신탁인가?

이는 계약당사자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이 명의수탁자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보아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고 보아야 한다. B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A씨라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C씨라면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이 된다.

그런데 A씨가 처음에는 A씨 명의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잔금지급기일에 B씨에게 부탁하여 C씨 명의의 매매계약서를 등기용으로 다시 작성한 점, A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매매대금을 모두 부담한 점, C씨는 이 사건 아파트의 매수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A씨와 C씨 사이의 명의신탁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인다.

따라서 A씨는 C씨를 상대로 20억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실명법이 부동산의 명의신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과징금 부과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며, 타인에게 맡겼던 부동산 내지 그 처분대금을 되찾아 오지 못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아무리 신뢰가 두터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명의신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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