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14코스] 현대문학의 무대였던 ‘만석동 달동네, 과거 피난민들의 희로애락’ 느껴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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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14코스] 현대문학의 무대였던 ‘만석동 달동네, 과거 피난민들의 희로애락’ 느껴지는 길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2.10.2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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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시절 지나간 ‘부두·포구 3곳’...인천의 과거에서 여행하는 느낌
‘괭이부리말 아이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 ‘만석동’ 만나
예전 ‘선상 파시’ 열렸다는, 인천 유일 갯벌포구 ‘북성포구’ 새로운 느낌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편집자주] 인천둘레길 14코스는 어선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성시를 이루던 인천의 옛 부두를 돌아보는 코스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바다와 맞닿은 풍광과 어민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걷기 코스다. 특히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현대문학의 무대였던 만석동 달동네에서 과거 피난민들의 희로애락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완연한 가을의 문턱을 넘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지난 22일 정오쯤 부둣길 걷기에 나섰다.

북성포구 입구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북성포구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인천 유일의 갯벌포구인 북성포구 전경. 예전 이곳에선 '선상 파시'가 열렸다고 한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선상 파시가 열렸다는 북성포구

북성포구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역에서 월미도 방향으로 향하다 오른쪽 대한제분길로 돌아서야 한다. 앞선 13코스와 비슷한 길로 들어섰다. 곧 방파제 같은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쭉 들어서면 북성포구에 도착할 수 있다. 북성포구는 1883년 개항과 함께 조성된 인천의 유일한 갯벌 포구다. 1970년대 후반 연안부두가 개발돼 인천어시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수산물 거래가 활발했던 인천의 명소였다. 그 당시에는 어선 위에서 생선을 살 수 있는 선상 파시가 열렸다고 한다.

물이 빠진 갯벌 내음이 코를 찔렀다. 지금이야 인천에서 해산물을 사기 위해서는 연안부두어시장이나 소래포구를 떠올리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어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갯벌 매립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경이라는 탄식 섞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소중해지는 모습이었다.

예전 영종도와 작약도로 가는 여객선이 다녔다는 만석부두 입구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만석부두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피난민과 노동자들의 삶이 떠오르는 만석부두

길을 재촉해 만석부두에 들어섰다. 앞선 북성포구와 달리 물이 들어차 있는 모습에 절로 시원해짐을 느꼈다. 조금만 움직이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이것이 해양친수도시 인천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만석부두는 본래 여객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과거 영종도와 작약도를 가기 위해서는 만석부두에서 여객선을 타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착창 시설 낙후에 따라 1976년 폐쇄되고 여객선 업무는 연안부두로 통합됐다. 1970~80년대에는 주꾸미가 많이 잡혀 주꾸미 축제도 열렸다고 하지만, 어획량이 줄어 지금은 축제도 사라진지 오래다.

만석부두입구역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원괭이부리마을을 알리는 안내판.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원괭이마을 골목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만석부두 앞 골목길로 들어서면 만석부두입구역 조형물과 원괭이마을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가 바로 이 만석동이었다. 또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소설가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 역시 만석동이었다.

표지판에는 소설 속 배경인 은강이란 도시가 바로 인천이고, 구체적으로는 동구 만석동 일대를 묘사했다고 적고 있다. 높다란 빌딩이 보이지 않은 좁디좁은 골목이 보였다. 아직도 인천에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싶었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추억의 풍광을 조심스레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화수부두 입구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과거 많은 사람들로 번성했던 화수부두에서 낚사를 하는 시민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과거 번성했던 화수부두’, 이젠 낚시꾼들만 북적

조금 더 움직여 이번 둘레길의 마지막 방문지인 화수부두에 들어섰다. 화수부두는 1970년대까지 인천의 대표 어항이었다. 연평도와 백령도 근해에서 잡은 생선의 집화 부두였으며, 새우젓 전용선이 입항할 정도로 새우젓 시장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는 화수부두 일대가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현대제철,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이 위치했으며, 인천의 해산물이 모두 모여들었다니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천 곳곳에서 신규택지가 개발되고 해산물 집하장소가 바뀌는 등 세월의 변화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 지금은 일부 낚시꾼들만 찾는 곳으로 쇠락해버렸다.

이번에 걸은 부둣길은 인천의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화려했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포구와 부두는 옛 모습을 애써 간직하고 있었다. 세월이라는 것이 그런 것일까. 엄청난 변화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구와 부두를 바라보며 이번 여정을 마무리했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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