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 | 통계청은 지난 10월7일 ‘2022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는 약 380만4000t의 쌀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산지 쌀 가격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는 18.8%정도 낮게 형성되면서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잉 생산된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한 45만t에 대한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정치권에서는 지난 10월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정부의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만큼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런 때 일수록 소비자가 찾는 고품질 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중요한 식량자원인 쌀의 생산성에 주목을 해왔다면, 최근에는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밥맛이 좋은 쌀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쌀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정부도 양곡 표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쌀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있다.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농업인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쌀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쌀 품질관리실에 대해 알아보자.
쌀 품질 관리실은 벼 재배면적이 많고 쌀을 주요 작목으로 하는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여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일찍부터 쌀 품질 관리실을 운영해 온 경험이 있다. 쌀 품질 관리실에서는 쌀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분석해 알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검사로는 순도, 성분, 품위, 식미 검사가 있다. 순도 검사는 DNA 분석을 통해 쌀 품종의 혼합 정도를 측정하는 유전자 검사다. 성분 검사 는 쌀의 단백질, 수분, 아밀로오스, 백도 비율을 분석한다. 품위 분석은 쌀의 외관 상태를 살피는 검사로 완전립, 분상질립, 피해립, 싸라기, 기타 이물 비율을 분석한다. 식미 분석은 쌀의 경도, 탄력, 찰기, 부착의 검사로 일종의 밥맛에 대한 종합 평가라 할 수 있다.
쌀 품질 관리실에서 제공하는 이들 검사 중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순도 검사다. 검사 방법은 채취한 시료 중 일정한 수의 쌀알을 고른 후 한 알씩 분쇄하여 가루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루에 겔타입의 시약을 섞고 전기영동 장치로 분석하면 쌀의 DNA 분석 결과가 도출된다. 이를 통해 시료의 품종을 분별할 수 있다. 이렇게 분석한 시료 들 중 80% 이상이 동일한 품종으로 측정되어야만 순도 기준에 합격할 수 있다. 품종의 순도가 중요한 이유는 균일한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종자의 순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쌀 품질 관리실에서는 쌀 재배 농가에 종자 순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쌀 재배비중이 많은 지역농업기술센터 쌀 품질 관리실은 분석 서비스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종 혼입을 막고 품질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지역 브랜드 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제공하고 있다.
쌀 품질 분석 서비스는 RPC를 비롯하여 지역의 양곡 업체들도 많이 이용한다. 주로 가을철 수확이 끝나고 농가로부터 수매한 쌀의 순도 측정을 의뢰한다. 다른 품종이 기준치 이상 혼입될 경우 보관 문제나 밥맛이 저하되는 등 소비자 입맛에 부합하지 못할 우려가 있어 미리 검사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쌀의 등급처럼 외관상 특성으로 결정되는 정보 이외에도 식미, 신선도 같은 정보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쌀 품질 관리실을 이용해 소비자 기호에 맞는 고품질 쌀 생산 지혜를 가져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