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걸작을 만든 작곡가 이야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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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걸작을 만든 작곡가 이야기 ③
  • 권은경 삼육대 교수  piamokek@gmail.com
  • 승인 2022.10.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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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교수.
권은경 삼육대 교수

| 중앙신문=권은경 삼육대 교수 | 쌀쌀한 바람을 체감하며 살아가는 날들이 다가온다. 모두 다 분주한 삶을 살아가며 각자의 삶 속에서 현실에 해야 할 일을 접고, 내면에 충실한 바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몇 달 후면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취업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음악 전공은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시대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에서부터 출발하다, 결국 예술로 돈벌이를 할 수 없으니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종종 그러한 선택을 한 학생들은 몇 년을 그렇게 지내오다, 다시 마음의 소리를 따라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해 전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쉬움을 남긴 채 자신의 상황과 타협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1797년 빈에서 태어난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도 그랬다고 전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마음 다해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던 마음을 접고 학교에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쳐야만 했던 슈베르트는 날마다 머릿속에 음악에 관한 생각이 가득했다. 심지어 술집에 가서 음악과 마음에 와 닿는 시구가 있으면 메뉴판에 악보를 그려내곤 했다. 결국, 슈베르트는 교사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음악을 택했다. 늘 음악이 그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살아 숨을 쉬는 열정을 지닌 청년이었던 슈베르트는 현재 알려진 초상화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얼마나 궁핍한 날들이었던지 슈베르트의 끼니는 친구를 만나야지만 해결될 정도였다. 외형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늘 술과 함께하였으니, 내면과는 달리 그의 외모는 건강미가 넘치진 않았으리라. 결국 30대에 장티푸스로 죽음을 맞이한 그였지만, 늘 그의 곁엔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였다.

화가였던 그의 친구는 슈베르트의 초상화를 현실과 달리 미화하여, 구부러진 안경 대신에 금테 안경을 씌워주었고, 하루 이틀 만에 겨우 끼니를 때웠던 부어있는 그의 모습에 유복한 티가 나는 옷을 입히고, 통통한 얼굴을 그려주었다. 마치 원래 태어나길 그랬던 것처럼.

그의 재능을 알았던 친구들은 그를 돕는 모임을 만들어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명칭 아래 여러 친구가 모여 곡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시를 나누었다. 슈베르트가 음악을 하던 시절은 하이네, 뮐러, 슐레겔, 뤼케르트 등 당대의 유명 시인들이 함께 활동하는 시기로, 이들의 작품 시집은 많은 이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도 문학의 식이 높아 던지라,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연의 아름다움과 남녀 간의 사랑을 다양한 정서와 감성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음악의 시인이라 불리는 슈베르트는 예술가곡을 지어 낭만주의 음악을 창작하는데 열정을 다했다.

그때 그 밤, 슈베르트를 사랑하고 아끼는 친구들은 그런 슈베르트의 애정 어린 음악을 듣고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가곡에는 묻고 대답하는 특징이 있다. 노래로 묻고 피아노가 대답하고 가사로 묻고 대답하며, 마치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는 원래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뒷받침해주고 뒤로 감춰져야 할 역할이었지만, 이렇듯 슈베르트의 가곡에서 피아니스트는 남달랐다. 피아니스트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동등한 위치가 된 것이다. 그런 반주부 형태는 음악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그의 유난히도 춥고 우울했던 삶에서 느꼈던, 그의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있으리라 생각된다.

슈베르트는 600여 곡의 가곡을 완성하며 30여 년의 짧은 생애 동안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유시인과 같은 충실한 삶을 살았다. 하루하루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연가곡의 거리의 악사 제목처럼, 추운 겨울 거리를 방랑하며 언 손을 녹이며 거리를 전진하는 방랑자와 같은 삶을 가슴 속 깊은 소리를 따라, 음악으로 그려냈으리라.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결핍이 곧 충만 이라고,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누림과 동시에 오히려 그것이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데 방해가 되진 않는지, 지금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되 작곡가 슈베르트처럼 가슴 깊이 흐르는 자신만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용기를 가져볼 수 있다면 각자가 지닌 아름다운 독창성을 발휘하며 연주하는 삶이 될 테니, 비록, 배고프고 외로운 인생이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아름다운 내면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이 된다면 참 좋겠다.

권은경 삼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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