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서당 야몽야몽] 풀벌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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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산서당 야몽야몽] 풀벌레 소리
  • 강태립 웅산서장 훈장  woongsan88@hanmail.net
  • 승인 2022.10.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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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 중앙신문=강태립 웅산서장 훈장 | 맴맴~~, 쓰르르~~ 쓰르르~~, 한여름 매미와 쓰르라미 소리가 사그라져가고, 어느덧 또르르~~~~ 또르르~~, 귀뚤 귀뚤~~, 찌르찌르~~, 온갖 가을벌레 소리가 한적한 밤 공간을 가득 메운다. 누군가는 운치 있게 들린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시끄럽게 여기기도 하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벌레들을 생각해 본다. 필자는 곤충학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벌레들은 대부분 한 종류의 소리를 낸다. 위대한 종족 보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상대가 인지할 수 있는 한 가지 소리 내고, 짝짓기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울면서 여름 매미는 때로는 소음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최첨단 세상을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우리네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소리를 낼까? 결국 우리 인간들도 한 가지 사상에 몰입되어 자기의 주장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주장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말은 시끄럽고 짜증나게 들리고,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과 삶의 지혜로 남을 위한 말들은 따뜻하게 들리기도 한다.

현장감 넘치고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표현한 가상현실과 사람들의 뇌를 중독 시키는 각종 전자 기기의 발달로 오히려 사람들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풍조가 만연해지고, 그저 세상을 재미로만 여기며, 쉽고 편안함이 제일인 세상으로 변해 가면서 자극적이고 편향된 지식만을 취()하여 점점 독단으로 흐르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 풀벌레가 한 가지 소리만으로 소통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점점 자신 생각에 맞는 소리만 듣고 말하게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지식을 어떻게 얻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은 과연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이 끝나면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여러 이유로 각자의 맡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모두 자신의 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쌓여가고 발전해 가지만, 다른 일에 관하여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해지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좀 더 다양한 지식과 폭넓은 지식을 쌓아가기에는 너무나도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는 이유로 우리는 전문 지식이 높아지는 만큼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해지기 쉬운 이유다. 이는 고속도로를 빨리 달리면 시야가 좁아지고, 높은 산에 오르면 멀리는 보이지만 자세히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멀리서 보고 아는 것과 가까이에서 자세히 아는 차이는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되면 자신의 장점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정치 분야는 심각하다. 온 나라가 둘로 갈라져 다툰다. 여의도에서 나오는 두 가지 소리를 나머지 국민이 듣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데, 국민은 양당정치에서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지지하는 이유는 분명해야 하는데 무조건적인 지지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자기가 지지하는 쪽이라 해도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상대도 잘하는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자기가 지지하는 쪽 잘못은 그럴 수도 있다 하고, 상대 쪽은 어떤 일을 해도 미워한다. 더구나 무조건적인 지지로 정치가 선동하는 대로 거리로 나아가 그들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까지 이용당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논어(論語)여러 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피고, 여러 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아는 정치지식은 대부분 우리가 스스로 공부한 지식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시대에 따라 선악이 바뀌고 의()와 불의(不義)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어찌 남이 전달한 정보가 진짜라고 믿고 자신의 정열을 바칠까?

정치가 갈라졌듯 지금은 언론도 갈라져 공영방송이라는 이름도 무색하게 되었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의 기준을 먼저 정하고 각 당의 정책이나 실행 가능성을 면밀히 연구하고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자신의 기준이 없는 상태로 그저 자극적인 정보에 홀리거나 감정적인 호소에 휩쓸리면 정치 선동가의 꼭두각시가 되기 쉽다. 그렇다고 정치에 무관심하면 그 피해는 후손들이 받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여긴다. 그러나 남이 하는 옳은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 생각이 옳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도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거나 가르치려 한다면 모순 아닐까?

특히 사회 각계 지도자들은 듣기를 잘해야 한다. ‘관청(官廳)’()’(들을 청)’이 있는 이유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벌레와 다르다. 한소리만 내지 말고, 한소리만 듣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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