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12코스] 인천 근대화 시절의 깊이 있는 이야기 담긴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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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12코스] 인천 근대화 시절의 깊이 있는 이야기 담긴 코스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2.10.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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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초, 답동성당과 아름다운 이름 뒤에 담긴 슬픈 역사 ‘홍예문’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자유공원’서 맥아더 장군 동상...볼거리 충분
인천역과 맞닿은 차이나타운..흐린 날씨에도 차량과 사람들로 ‘빼곡’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인천둘레길 12코스는 강화도조약 체결로 일본에 개항한 인천의 근대화 시절 모습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시 인천 개항장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곳으로 길이는 짧지만 그만큼 깊은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동인천역을 출발해서 답동성당, 홍예문을 지나 자유공원과 인천 차이나타운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비가 오락가락하며 기온이 크게 낮아진 지난 10일 오후, 동인천역을 시작으로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 인천 최초, 답동성당

인천둘레길 12코스의 시작인 동인천역 북광장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둘레길의 시작인 동인천역 북광장에 올라섰다. 연휴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이지는 않고 비교적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동인천역 일대는 과거 인천의 주요 번화가였지만, 도시의 팽창과 상권 이동으로 쇠락해가는 대표 지역이기도 했다.

신포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장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신포시장을 끼고 올라서니 곧 인천의 최초 성당인 답동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적 제287호로 지정된 답동성당은 국내에 들어선 성당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자, 인천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성당이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성당 오른쪽 한쪽에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인 “민주주의,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는 비석이 남아 그날의 뜨거운 열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사적 제287호로 지정된 답동성당은 국내에 들어선 성당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자, 인천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성당이다. 1889년 프랑스 파리 와방선교회가 건립을 시작한 답동성당은, 청일전쟁으로 건립이 잠시 중단됐다 10년이 지난 후 완성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1800년대 근대 건축물이라는 가치를 지닌 답동성당은 19876월 항쟁의 거점으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 오른쪽 한쪽에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인 민주주의,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는 비석이 남아 그날의 뜨거운 열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 아름다운 이름 뒤에 담긴 슬픈 역사 홍예문

답동성당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 신포동 문화거리로 들어섰다. 인천 핵심 상권인 신포동은,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 발전으로 예전과 같지는 않아도 연휴 마지막을 맞아 비교적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지난 10일 인성여고 쪽에서 바라본 홍예문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10일 오후 인성여고 반대편에서 바라본 홍예문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신포동 먹자골목을 지나 동인천역 쪽으로 올라서면 홍예문이 나온다. 지금이야 그냥 차량이 지나는 터널 같은 모습이지만, 무지개 문이란 뜻의 홍예문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의미의 홍예문은 과거 제물포항에서 경인철도 축현역(현 경인선 1호선 동인천역)을 관통하는 문으로 1908년 축조됐다. 공사는 당시 일본군 공병대가 맡았으며, 일제는 이 문을 통해 당시 포화 상태였던 일본인 거주지를 조선인 마을까지 확장하고자 했다. 또 물자 수송의 편리함도 도모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당시 인천에 거주한 일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축조한 것이라고 하니 나라 잃은 설움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홍예문은 화강암을 다듬어 약 10m 높이로 쌓았는데, 설계와 감독은 일본이 맡고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공사에 참여했다. 문 위로 올라서면 각국 조계와 기상대로 갈 수 있었으며, 인천 앞바다와 월미도 등 여러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공원,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자유공원.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홍예문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응봉산에 자리 잡은 자유공원은 1888년 조성한 공원이다. 당시에는 각국공원, 만국공원이라고 불렸는데, 인천항 개항 이후 인천에 자리 잡은 서양 열강 사람들이 각국조계 안에 있는 공원이었기 때문이다.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자유공원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자유공원은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57년 맥아더 동상 제막식을 하면서 자유공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지어지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인천 안의 중국, 차이나타운

인천역과 맞닿은 차이나타운. 10일 오후 흐린 날씨임에도 차량과 사람들로 빼곡하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인천역과 맞닿은 차이나타운. 10일 오후 흐린 날씨임에도 차량과 사람들로 빼곡하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걷기의 마지막 코스인 차이나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인전철 인천역과 맞닿은 차이나타운은 흐린 오후임에도 차량과 사람으로 빼곡했다.

차이나타운은 인천 개항 당시 청나라의 조계지였던 곳에서 유래했다. 해방 이후에도 화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면서 지금의 거리가 조성됐다. 이곳은 특히 독특한 중국 음식인 짜장면의 탄생지로 유명하다. 개항 이후 인천에 정착한 부두 노동자들이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은 것에서 시작된 짜장면은 지금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차이나타운을 끝으로 이번 걷기를 마무리했다. 비교적 짧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이번 둘레길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으로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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