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훌륭한 소통과 위로의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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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훌륭한 소통과 위로의 도구가 된다
  • 공미라 화가  7829995@hanmail.net
  • 승인 2022.10.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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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소환시켜 마음의 위로를’

| 중앙신문=공미라 화가 | ‘유년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소환시켜 마음의 위로를’

공미라 작가
공미라 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떠했나? 가까운 이웃과도 선을 긋는 소통의 단절을 감내해야만 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외로움은 더 많이 밀려왔을 것이다. 그럴수록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은 더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화가로서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작품이 바로 고샅시리즈였다.

알다시피 고샅은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시골 출신들은 너무나도 애틋한 추억이 서려 있는 단어이다. 어렸을 적 고샅에서 아주 다양한 놀이를 했다.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구슬치기, 자치기, 공기놀이, 말뚝박기, 다방구, 진놀이를 매일 종목을 바꿔가며 놀았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때문에 고샅이라는 말만 들어도 유년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웃음 짓게 되고 위안이 된다.

가요계에서 트로트는 전성기를 지나 한물간 배우 같은 신세였다. 간간이 히트곡이 나왔지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홀대받던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주면서 각광을 받았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시청률은 급등했다. 연일 매체들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졌고 점차 전 연령대가 관심을 가졌다. 급기야 트로트 팬덤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간절함과 진정성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 어릴 때 꿈은 화가였다. 집안 사정상 미대를 가지 못해 늦깎이인 나이에 화가가 되었다. 아직도 이 길이 평탄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그려야만 산다라는 간절함과 비장함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밤낮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한 결과 ‘2022년 중앙일보 회화대전에서 은상 수상, 한국미술 역사관에서 주최한 ‘2022년 한류스타 작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초대작가 반열에 오르며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화가로서 가졌던 소박한 꿈은 그동안 일상 속에서 겪었던 경험을 투영시킨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염원을 담은 그림이 고샅시리즈였고, 페이스북에 게시하자마자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특히, 비석치기는 1200명 이상으로부터 좋아요를 받았다. 라메르 갤러리에서 부스전을 할 때도 다른 부스와 확연히 다르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앞서 언급한 미스트로’ ‘미스터트롯의 성공 요인도 비슷한 각도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여기에는 무명 가수의 서러움을 겪은 사람들,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 나이 먹고 스포트라이트에서 밀려나 재기를 꿈꾸는 연예인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출연을 한다.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무대에 섰을 것이다. 모든 걸 쏟아내고 인정받았을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가 많았다. 그 간절함과 비장함이 다른 쇼 프로그램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기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그림에 스토리를 담아 소통을 꿈꾸다

작가라면 자신의 작품세계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고 담아 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며 나아가야 한다. ‘고샅시리즈는 이런 고민 끝에 나왔으며, 이를 통해 그간 천착해왔던 나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유년 시절 추억을 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림들이 별로 없다 보니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사방치기말뚝박기그림은 소심하게 기대했던 범위를 벗어나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림을 통해 소통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대중들이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말뚝박기에서는 2개의 상반된 장면과 감정을 교차시켰다. 남자아이들이 놀고 있는 상단은 화사하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핑크빛 배롱나무와 빨간 능수화를 배치해 화려함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아이를 업은 소녀의 주변은 어두운 분위기가 나게끔 처리를 했다. 소녀는 아이를 돌보느라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고 속이 상해 머리를 떨구고 있는 모습이다.

이 소녀를 통해 신나게 놀고 있는 남자아이들과 대비시켜 여성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했던 시대상을 한 화면에 담고자 했다. 처음부터 작품 구상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에 그림을 처음 본 사람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쉽게 이해했다.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감정이입이 일어나 공감의 폭도 커졌다.

배려하는 마음이 드러나면 오래간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보다 서로를 위해 주는 우애와 배려의 모습은 본인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최근 예술을 사랑하는 모임(예사모)”이라는 동아리와 밴드를 만들었다. 대부분 2년가량 페북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고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밴드를 만든 지 일주일 만에 80명의 회원이 모였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은 지금도 이어진다.

밴드 모임이 쉽게 결성될 수 있었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중년 나이가 되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사회적 나눔과 가치를 실천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는 거였다. ‘예사모밴드에서는 회원들 스스로 이 모임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잘하든 못하든 모두 겸손하고 배려하며 칭찬하는 마음으로 다가선다.

회원 한 분이 밤새 그린 작품을 올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위로하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댓글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움츠렸던 자신감이 샘솟고, 용기를 얻으며, 희망을 찾고, 행복감을 느낀다. 과거에 잘 나갔지만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들... 과거를 그리워하며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꾸고 싶은 이들의 결합으로 소통은 강화되고 확대되어간다.

바야흐로 팬데믹이 앤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있다. 어둡고 길었던 터널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동안 겪었던 마음의 상처, 정신적 후유증을 느낀 분들에게 화가로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계속 탐색할 것이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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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금 2022-10-13 00:32:30
공미라 화가님 ㅎ ㅎ 축하해요

안동석 2022-10-06 06:29:00
앞으로도 이곳에서 유익하고 즐거운 글들 자주 보기를 기원합니당.

연정 2022-10-06 00:03:12
미술은 정신적인 부분을 다루는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해준 공미라 작가님! 여러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배려라는 부분은 참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감동적입니다. 얼굴만큼 마음까지 고우신 작가님 거기에 훌륭한 재능과 실력과 배려까지 ㅎ
응원드립니다!

고인석 2022-10-05 19:39:07
어릴적에 많이해보았던 작품이라 쉽게 접근 감상하기에 많이 편한 공미라작가님 작품감상 잘 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작품감상하면서 이래서 우리나라의 교육이 창의성을 자아낼 수 있는 교육으로의 지향이 되어야 하겠노라고 말입니다.

이기송 2022-10-05 16:34:13
공 작가님의 글과 그림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잠자던 감성을 깨우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과 그림에 친근감이 가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특성이 있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과 그림 계속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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