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배우는 소소한 이야기]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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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배우는 소소한 이야기]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사회
  • 장수연 와석초 교사  rabbitkom2@naver.com
  • 승인 2022.10.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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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와석초 교사
장수연 와석초 교사

| 중앙신문=장수연 와석초 교사 |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사과하지 않고 무마시키는 것이 능력이 되어 버렸다.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법정의 판사 앞에서 서로의 잘못에 대한 범위를 정하듯이 자신을 변론한다. 지금 나의 잘못을 인정하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며,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항상 법정 위에 있지만은 않다. 서로의 잘못을 감싸주고, 용서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방법으로는 적반하장 식으로 더 크게 소리를 치고, 호소하여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전가 시키는 방법,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여 자신의 잘못을 은근슬쩍 덮으려고 하는 방법, 아예 반응하지 않아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등이 있다.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상대방에게 무조건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가 종종 있다.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보면 오히려 그 운전자의 과실인 경우가 많다. 또한, ‘물타기 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철에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어 나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참 씁쓸하다.

끝으로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의 사례로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볼 수 있다. 그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그 한마디에 자존심, 정치적 입장, 명예 등을 덧씌워서 사과를 피하기 급급하다. 대체 누구를 위하여 사과를 피하는 것인가. 오히려 사과를 피하다 보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다.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 그것이 법을 어겨 죄를 짓는 것이라면 법대로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상대방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으면 손해 입은 만큼 보상해 주면 되고, 상처를 주었으면 상대방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용서를 구하면 될 것이다.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민주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책임을 지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도리는 사과이다.

사과(謝過)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는 사과하다, 사례하다는 말로 말씀 언()과 쏠 사()가 결합된 말이다. 화살을 쏘는 것처럼 짧고 빠르게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빌거나 감사를 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화살을 쏘듯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용서를 빌면 되는 행위이다. 상대방이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를 해줄 때까지 상대방이 마음이 풀릴 때까지 하는 행위가 사과이다. 사과 후에는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사과이다.

얼마 전, 전 여자 친구를 찾아가 스토킹하고, 흉기로 무참히 살해해 1심에 35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2심에서 4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백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모든 게 자기 잘못으로 치부되는 게 안타깝다라는 반성문으로 오히려 공분을 사고, 형을 더 중하게 받았다.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행위에 대하여 두둔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사과가 아니다. 백번 잘하여도 한 번의 실수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니 오히려 그 책임의 무게는 더 무거운 법이다.

사과를 피하는 방법은 없다. 잘못했을 때는 최대한 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나이, 지위와 상관이 없다.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된다. 사과할 때는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을 되짚어 보고 상대방이 풀릴 수 있도록 용서를 빌어보자. 사과의 시작은 단 한마디만 된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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