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기회의 양, 기회의 연결, 이동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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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기회의 양, 기회의 연결, 이동의 기회
  • 전상민 칼럼리스트  redline016@daum.net
  • 승인 2022.09.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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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민 칼럼리스트
전상민 칼럼리스트

| 중앙신문=전상민 칼럼리스트 | 코로나19 펜데믹을 겨우 지나는가 싶었지만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미국·중국 간의 갈등, 원자재 가격 급등 여러 가지 이슈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퍼펙트스톰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와중에 특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한 공공기관 공개채용에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경쟁률이 89:1에 이르는 것,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 폭이 2019~20212년 사이에 45.2% 증가, 20대 불안장애 증상 경험자도 같은 기간 36.3%의 증가 폭을 보였다는 사실 등 몇 가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정규직 채용 감소, 현 정부의 공공기관, 공직 혁신 정책 기조와 맞물린 공공 영역의 채용 감소, 집 값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은 증가하는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기에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여기에 민간 기업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수시채용 전환 기조까지 맞물려 일찌감치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어느 직무로 커리어를 잡아 나갈 것인지 생각하고 직무 관련 경험과 스펙을 쌓지 못한 청년들은 낙오자로 몰릴 가능성이 큰 게 지금 현실이다. 그래서 직무 관련 경험과 스펙 없이 합격만 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공무원이 메리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무원도 치열한 경쟁과 경직된 공직 문화 때문에 메리트가 점점 줄고 있다. 중앙정부 5급 사무관조차 1~5년차 사이 사무관 퇴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연결이 되지 않는 기회로 몰리고 소모적인 일로 내몰리고, 사실 눈을 낮춰 보면 당장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단순히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의 기회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만 해도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국가직, 지방직), 군무원, 계리직, 민간경력자 대상 공채, 300개가 넘는 공기업, 공공기관에서 뽑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계약직. 그리고 정규직만 고집하지 않고 조금 장기로 일하면서 공채를 준비할 기간도 되는 1년짜리 계약직을 봐도 지금 공고를 찾아보려면 찾을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리에까지 몰리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

5개월 단기의 체험형 청년인턴까지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왜 생기는지부터 고민을 해야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는 거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봤을 때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중소기업, 민간기업 가봐야 채용공고 명시된 조건 대로 안 지키는 경우가 많고 일자리 지원 사업 지원금이 끊기면 자리가 불안해 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있어봐야 휴대폰 노예계약 약정 같다는 비아냥 거리의 대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여겨지는 것.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도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렇기 때문에 단순히 기회의 양으로 접근을 할 것도 아니고 N잡러, 플랫폼 노동 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청년들이 무조건 안정적인 직장만을 고집한다는 걸로 접근을 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단기 체험형 인턴 제도가 공공기관, 공기업에서만 실시된다는 이유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럼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냐면 먼저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더 이상 안정적으로 공급이 불가능하다이렇게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먼저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양의 기회 제공 우선인 일자리 정책 기조를 연결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일자리 정책 기조로 바꾸는 것이다.

더불어 직접 연결 가능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턴이 많으면 좋지만 인턴도 경력으로 연결이 되게끔 만들어줘야 하고 채용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은 계속 점검을 하고 개선을 해줘야 한다. 정리하면 소모적인 기회의 양을 많이 제공하는 것 보다는 커리어 연결이 가능한 기회, 이동이 활발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이뤄지지 않고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정책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일자리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아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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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김 2022-10-06 09:49:41
정부는 고용안정만 얘기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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