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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촌의 세상 돋보기]소확행 하세요
  • 중앙신문
  • 승인 2018.04.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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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촌(수필가)

‘소확행’(小確幸)이란 단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으로 일본 작가가 이미 수 십 년 전에 처음 쓴 말이다. 그는 한 수필집에서 ‘행복’이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정의했다. 비슷한 의미의 말로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등이 거론된다. 덴마크인이 지향하는 삶인 ‘휘게’는 ‘좋아하는 사람과 거실에 앉아 장작불이 탁탁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상적인 분위기를 말한다. 스웨덴의 ‘라곰’은 ‘딱 알맞은 양, 적당히, 충분히’를 뜻하며 과한 것을 바라지 않는 편안하고 소박한 삶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오캄’은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뜻하는 것으로 심신이 평온한 상태에서 삶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은?다르지만 거창한 목표 대신 찰나의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여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며 누구나 마음먹기 나름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봄비 내리는 날,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들으며 아파트 근처 논둑길을 산책하고 집근처 카페에서 찐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고요함에 취해 있을 때 이것이야말로 소확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창가에 매달린 허브나 사계절 꽃을 피우는 일일초와 눈 맞추며 물을 주는 일도 행복한 일이며,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의자에 깊숙이 엉덩이를 묻고 앉아 편안함과 아늑함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도 나는 자주 소확행 한다. 따라서 소확행이란 단어는 젊은이들만의 점유단어가 아닌 우리 기성세대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이미 수 십 년 전에 나왔던 ‘소확행’이란 용어가 왜 지금 뜨고 있는 걸까? ‘소확행’이 뜨고 있는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불안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오늘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어 현실에서 즉각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소비로 관심을 유도하고 있거나, 소비가 단지 생존의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관련이 있다는 점, 또 SNS의 발달로 ‘나 이렇게 행복해’라는 소확행이 ‘나도 너만큼 행복해’로 확대 재생산 된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의 변화가 사람과의 관계 보다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더 늘고 반려식물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나만의 관계 속에서 행복 추구가 더 활발해져 각자의 소확행으로 확대생산 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소확행이 쌓이고 쌓여 변화를 가져오고 미래의 불확실에서도 확실한 무엇을 찾아 ‘대확행’을 꿈 꿀 수 있다면 2018년 ‘소확행’ 열풍은 트랜드이자 대안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소중하다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것에만 머물러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 주인이 아닌 주변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염려스럽기도 하다.
미래보다는 현재에서 그리고 크고 특별함보다가는 작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충분하게 응원하고 싶다. 그들은 장래의 꿈과 현재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적절한 여가를 갖고 소확행을 찾는다면 나무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소확행에 취해 미래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며 따라서 소확행이 지나고 나서 후회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은퇴 이후를 대비한다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희생하는 잘못을 범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배고팠던 시절을 경험했던 시대상이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의 삶을 본받아라, 할 수는 없으며 먹혀 들어가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설계하면서도 젊은 시절을 아깝게 버리지 않고 소확행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젊은이들의 삶을 소화해나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작은 행복이 모이면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다행하게도 ‘소확행’은 과소비나 물질 만능에 가치를 두지 않으니 그런 면에서는 권장할 만하다.
꽃이 진 자리에 핀 연두색 잎이 곱게 피어나는 모습, 개울에서 오리가족들이 동동 떠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걷게 된 산책길에서 나는 오늘도 소확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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