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함부로 숫자에 의미 부여를 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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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시선(視線)] 함부로 숫자에 의미 부여를 하지 마시라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2.09.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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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시 중 하나로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다루고 있는 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어떤 존재나 사물의 상징성이 어떻게 생성되고 전달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문학계가 아닌 언론계에 김춘수 시인의 후예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언론사를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누가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수치가 갖고 있는 의미나 상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 의미 부여 과정이 조사 결과의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조사쟁이 20년 경력의 필자가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대해 내린 결론은 기사 제목이나 내용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고 국민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여론조사 결과 보도 자체가 바로 언론사와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순방 효과는 제한적”, “비속어 논란에...윤 대통령 지지율, 주초주말 4%p 감소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를 A사와 B사가 926일 자로 인터넷에 올린 기사 제목이다. 동일한 조사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A사에서는 대통령의 순방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기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B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문 중 비속어 논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라는 수치가 올랐는지 내려갔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각 언론사에서 미리 답을 내려놓고 동일한 여론조사를 인용해서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너무 과감한 의미부여 아닌가?

정치집단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향하는 정치 성향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있다. 신문사를 포함한 언론사에서도 논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본인들이 주장하고 싶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된 수치를 보도하는 기사는 팩트 전달이 기본이다. 언론사 기자가 각 정당의 대변인이나 공기관의 홍보담당자는 아니지 않는가. 사실 여론조사 전문가는 표본설계부터 시작해 자료 수집, 통계분석, 결과 해석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과학적 방법과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소중한 결과를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분들한테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여론조사 기사를 클릭할 때 구체적인 수치 중심으로 드라이하게 쓴 기사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좋은 기사는 좋은 독자가 만들 수 있다.

언론사나 방송사 기자분들이여 굳이 여론조사 수치에 강제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라. 조사 결과가 갖고 있는 함의나 의미 부여는 여론조사 전문가가 친절하게 해줄 것이고, 여론조사 결과의 최종 소비자인 우리 시민이 그 수치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언론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특정 수치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보다는 정확한 팩트 전달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론조사 보도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가와 언론사 기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여론조사기관과 언론기관의 신뢰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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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수 2022-09-29 22:11:43
나무에 집착하여 숲을 보지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김정태 2022-09-29 11:53:57
여론조사 결과를 사실에 기반하지않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임의로 해석한다면 여론조사가 의미가 없겠지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깨우는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유정석 2022-09-29 11:12:10
형님 멋지십니다 꾸벅 ㅎㅎ

노정수 2022-09-29 10:53:53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군요
다름을 인정하기에 해석은 우리의 몫입니다
정확한 팩트만 독자에게 전달해 주세요

공기완 2022-09-29 10:51:10
김 프로님. 고생하셨슴다. 널리 퍼져 이로울 수 있도록 힘쓰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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