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클래식의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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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클래식의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 권은경  piamokek@gmail.com
  • 승인 2022.09.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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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교수.
권은경 교수

| 중앙신문=권은경 | 일교차가 큰 날씨와 함께 가을이 깊어져 감을 느낀다. 이러한 계절에 어울리는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있지만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구름과 어울리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나 또는 어두운 밤 호수에 비친 달빛과 감상하며 들을 수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월광은 익어져 가는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으로 추천한다. 이렇듯 삶의 배경이 되어주는 클래식 곡의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분명하게 먼저 이야기하자면 베토벤은 이 곡의 제목을 다르게 지었다는 것이다. 당시 베토벤은 이 유명한 곡을 지으며 환상곡 풍의 소나타(Quasi Una fantasia)’라고 써놓았다. 현재 모두 다 알고 있는 월광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사망한 후 5년이 지난 뒤, 음악학자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1832년에 붙인 제목이다. 그 후에 수많은 사람이 그를 원망했다. 임의로 붙인 제목으로 인해 원곡자가 의도한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싫어서였을까?

그러나 원곡을 모르는 현시대의 사람들은 어떨까? 클래식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월광 소나타의 첫 마디를 들으면 아주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달빛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베토벤은 악보의 박자 표기로 2박으로 표시했으며, 그 곡이 알라브레베’(Alla breve)라는 뜻은 2분의 2박으로 행진곡처럼 빠르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의도로 알려진 것이 맞다. 작곡가가 생명을 불어넣어 만든 원래 음악의 의도와는 다른 잘못된 오류들은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류는 왜 생기는 것일까? 당시에도 작곡자와 악보를 판매하는 출판사가 존재했다. 출판업자들은 당시에도 클래식 곡의 유행을 끌어낼까? 또는 대중들에게 클래식 곡을 친숙하게 하고, 클래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들이 잘 알만한 각종 부제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인 ’, 피아노 협주곡인 황제와 같은 곡들이다. 그렇다면 베토벤이 직접 지은 제목은 무엇인가? 비록 귀는 잘 들리지 않아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늘 자연을 산책하기 좋아한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6번의 전원에 자연의 세세한 움직임과 풍경을 담았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지지자이며 후원자였던 루돌프 대공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감정과 사건을 그의 피아노 소나타 고별이라는 제목으로 남겨두었다.

그렇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고 들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 음악이 주는 심상과 이미지를 나타내는 제목보다 먼저 그 음악을 지은 작곡가의 삶일 것이다. 그 음악을 지었던 사람이 어떤 의도를 염두에 두었는지 그 의도를 파악한다면, 정말로 음악이 내 삶에 스며들고 품격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음악가가 세상에 내놓은 음악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수히 붙은 제목에 국한되어 우리의 시각을 좁히지 않는가? 어쩌면 제목이 붙은 유명한 선율의 곡보다, ‘무제라고 불리는 음악은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음악을 듣고 있다면 오로지 들려오는 음악적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아마도 그 음악의 감동이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진짜 제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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