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끝난 조선에 ‘힌남노’가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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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끝난 조선에 ‘힌남노’가 닥쳤다
  • 민희윤 기자  minstar84@naver.com
  • 승인 2022.09.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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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36년 초대형 태풍이 경상·전라·충청 휩쓸어
사진은 1959년 태풍 사라에 의한 피해 모습. (사진제공=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집)
사진은 1959년 태풍 사라에 의한 피해 모습. (사진출처=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집)

| 중앙신문=민희윤 기자 | 북태평양 고기압의 더운 공기와 북쪽 티베트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만나는 지점을 통과하는 '가을 태풍'의 위력이 대단하다. 올해 첫 가을 태풍인 힌남노가 5일부터 전국을 휩쓸면서 많은 비와 강풍을 쏟아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가을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곤 했다.

조선왕조실록고종순종실록에 기록된 태풍 관련 내용은 177건에 이른다. 조선 명종(15451567) 시기에 29회로 가장 많았고 정종·문종·단종·예종·경종·철종 대에는 기록이 없었다.

선조 36(1603) 73일에 발생한 태풍은 그 피해가 경상도와 전라도에 걸쳐 대규모로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라좌수사 안위는 “73(양력 89) 2(2123)부터 거센 바람과 사나운 비가 밤새도록 몰아쳐 돌이 구르고 나무가 뽑히고 집이 죄다 파손됐다“73일 한밤중에 조수가 불어 넘치고 동남풍이 몹시 불어 새로 만든 배 2척을 한꺼번에 말아 올려 조각조각 부수었다고 보고했다.

또 경상도 관찰사 이시발이 “73일 초저녁에 큰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4일 오후에야 그쳤으며 진주·창원·상주 등이 심하였다고 했으며, 전라도 관찰사가 역시 보성·해남·남원·광주·태인·용담 등에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볼 때 태풍은 73일 초저녁에 경상도 남해안으로 시작해 4일 오후까지 전라도와 충청도 내륙 일대를 강타한 것으로 보인다.

선조 387월에 발생한 태풍피해는 태풍 루사(2002)’의 발생시기와 피해지역 및 피해규모가 유사한 점이 많이 있으며, 실록에 기록된 강원도 지역의 홍수 피해 중 최대의 피해임을 보여 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태풍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모본왕(摹本王) 23(서기 49년 음력 3)에 폭풍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바람의 세기는 시속 110이상으로 중대형급 태풍이다. 또 고려 정종 6(서기 950) 음력 91일에 폭우가 내리고 질풍이 불어 길거리에 죽은 사람이 있고 광화문이 무너졌다는 기록은 마치 힌남노를 연상케 한다. 반대로 태풍으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한다면 태풍은 때로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과거 태풍은 몽고의 일본 침략을 두 차례나 무산시키며 일본에서 신풍’(神風)이라 불렸다. 127410(고려 원종 15)에 몽고가 고려를 차지한데 이어 일본 정벌에 나섰다가 태풍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에 재침을 준비한 몽고는 12815월에 다시 일본 정벌에 나섰지만 때이른 태풍으로 인해 또다시 실패를 했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준 태풍을 감사히 여기며 신이 일으킨 바람이라는 뜻으로 가미카제라 불렀다. 태풍이 전쟁을 막은 것.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 태풍은 바다를 뒤엎어 정화작업을 하고, 하천의 녹조현상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옛 조상들의 태풍피해 사례를 보며 국기적, 개인적 차원에서의 효과를 보기 시작한 시기는 현대에 들어오면 부터다.

시간이 흘러 인류는 태풍의 시기와 경로를 예측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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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2022-09-09 07:31:53
기자님 의견처럼 태풍의 시기와 경로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인명피해만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국민들의 안전민감성을 높이는 것이 공동의 대응방법이 되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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