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소영 기자 | 수원시의 연립주택서 암투병과 극심한 경제적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가 사회안전시스템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고 숨졌다.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과 판박이다.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의 연립주택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나왔다. 9장 분량의 손글씨 유서에는 건강문제, 경제난으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고 큰딸은 희귀병, 작은딸도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아버지는 3년 전 숨졌다. 이들은 월세 42만원을 내는 것도 버거웠다.
지난달 집주인에게 ‘병원비 문제로 월세를 조금 늦게 낼 수 있다.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를 선별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지만 비극은 또 발생하고 있다. 이번 비극은 위기가구 발굴시스템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와 지방선거 때 일꾼을 자처하던 이들은 모든 국민과 시민에게 평등하게 돈을 펑펑 퍼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긴급을 요하는 복지는 사회적 약자를 발굴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벌에게도 똑같이 나눠주는 일이 시급한 것이 아니다. 수원 세 모녀처럼 당장 현실이 막막한 이들을 발굴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일어나선 안 되는 이런 비극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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