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권은경 | 음악이란 무엇인가?
백 년 전 옥스퍼드 출판부에서 나온 사전이 ‘음악’을 지칭했을 때 ‘음악’이라는 용어는 바흐나 베토벤, 브람스 등의 거장들을 초점에 둔 유럽의 전통 예술을 의미했다. 그러나 니컬러스 쿡에 의하면 ‘음악’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음악에 관한 사고방식과 같은 협소한 말로 지칭되는 것이 아닌 오늘날 사람들의 다양한 실재와 경험을 제대로 다루고 내포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음악이라는 것이 단순한 작곡가나 연주자의 것이 아니라 음악이 사람과 함께 할 때 느껴지는 즐거움과 슬픔과 위로와 같은 음악에 대한 향유에서 비롯된 다양한 감정들을 나타내며 그와 함께 할 때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철학자 ‘리머’는 음악의 절대 표현주의는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 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거나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는 의도가 없더라도 작곡 과정 속에 작곡가의 삶의 경험과 느낌에 내재한 속성이 투영되면서 음악 속에 어떤 느낌이 내재하게 된다고 했다. 이는 감상자는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소리의 조직적인 구성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작품의 심미적 요소에 반응하면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음악속의 감정은 개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언어로서 서술될 수 있는 정확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소리의 구조와 패턴 등의 음악적 속성에 의해 저절로 창출되는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느낌으로서의 음악인 것이다.
종합해보자면 음악은 언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즉, 음악은 직관의 대상으로서 음악을 통해 삶을 통찰해내는 도구이며, 음악과 늘 함께함으로 스스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다양한 음악속의 담겨 있는 감정들을 내포한다.
내가 표현해 내지 못하는 나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그것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음악이 아닐까?
이러한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소리로 흐르고 전달된다. 그런 연유로 음악은 음악다울 수 있으며, 사람은 음악과 늘 함께 공존한다. 자신이 지금 나타내고 싶은 기분, 또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마음의 소리를 표현하는 언어로써, 스스로 담고 싶은 소리, 이것은 자신이 닮고, 담고 싶은 스스로의 편지가 되어, 자신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공기처럼 공유할 수 있다.
필자도 음악을 전공했으나 젊은 시절 전문적이고 기술적이며, 고차원적인 음악이 아닌 점점 더 음악을 통해 대화하며 음악을 향유하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
아주 간단한 예로 여름이면 에어컨이 시원한 카페에 자주 들르게 된다. 어떤 카페에는 빽빽하게 앉은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너무 큰 반면, 경쾌하거나 분위기 있는 음악소리로 인해 카페 공간에 더 머물게 하는 힘이 있는 마치 그 공간을 천천히 읽어주는 듯 어울리는 음악을 잘 배치한 곳도 있다.
음악 전공자로서 쓸데없이 귀만 예민한 필자이지만, 값비싼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가 아니더라도 낯선 장소에서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음악과 또한 그날의 날씨와도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면, 음악을 통해 누리는 그 공간,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와 잘 맞는 음악과 함께 할 때 더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끼며, 자신만의 공간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곳이 운전을 하는 차안이든, 아침, 저녁으로 걷는 자신만의 산책길이든, 또는 분주한 나의 집안 풍경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속 음악이든 자신만의 삶의 풍경에 여유를 만들어 주는 음악은 참 아름답다.
그것이 고유의 특징을 지닌 개개인의 삶과 함께 빚어진, 내러티브적인 요소를 담아낸 음악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도 그런 나만의 음악 리스트로 갖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를 미소 띠게 하는 작은 행복은 늘 함께이지 않을까?
오늘은 자신만의 삶을 여유롭게 할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한번 떠올려 보며,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
■ 본지 필진 약력
▲가천대 피아노페다고지 석사 졸업 ▲명지대학교 아동학 박사 졸업 ▲한국영유아음악교육학회 이사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음악교육학회 이사 ▲한국예술교육자협회장 ▲삼육대학교 음악학과 조교수(겸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