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둘레길 - 3코스] 북한 땅 보이는 애기봉에 전류리 포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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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 3코스] 북한 땅 보이는 애기봉에 전류리 포구까지
  • 이종훈 기자  jhle2580@hanmail.net
  • 승인 2022.08.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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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김포 3코스는 북한 땅이 바로 바라보이는 애기봉에서 시작해 전류리 포구 일대까지 향하는 코스다. (사진=이종훈 기자)
경기둘레길 김포 3코스는 북한 땅이 바로 바라보이는 애기봉에서 시작해 전류리 포구 일대까지 향하는 코스다. (사진=이종훈 기자)

| 중앙신문=이종훈 기자 | [편집자주] 경기둘레길은 경기 남·북부지역 15개 시·군 외곽을 연결해 만든 걷기 여행길로 총 8494개 권역 60개코스를 하나로 이어 경기도가 만든 길이다. DMZ 외곽 걷기길을 연결한 경기평화누릿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경기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경기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기갯길로 나눠진 경기둘레길은 경기도의 외곽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경험할 수 있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해 경기도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사람·문화·자연이 함께하는 길이다. 함께 걸어 하나되는 경기둘레길 60구간 걷기를 시작해보자. 이번엔 4권역 중 경기평화누리길에 해당되는 김포 3코스이다.

경기둘레길 김포 3코스는 북한 땅이 바로 바라보이는 애기봉에서 시작해 전류리 포구 일대까지 향하는 코스다.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이번 둘레길 산행은 3코스 중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를 선택했다.

애기봉은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와 월곶면 조강리의 경계에 있는 154고지의 야산이다. 원래 이름은 쑷갓머리산이다. 조강을 끼고 북한 개풍군이 바라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생소한 이름인 조강은 임진강과 한강, 예성강이 서로 만나 서해로 흐르는 한강 하류 끝의 물줄기다. 이곳에는 6.25 전쟁 이전에는 100여 호의 가구가 모여 사는 아주 큰 마을이 있었지만 1953년 정전협정으로 한강하구 중립 수역이 지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오랜 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평안감사와 기생 애기의 애틋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는 있지만,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접경지역으로 군사적 목적이 더 많이 알려졌다. 민간인 방문도 사전 예약을 거쳐야 할 정도로 군사적 목적이 더욱 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애기봉 생태공원 입구가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아서인지 높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길을 직접 걷는 것도 운치 있어 보였다. (사진=이종훈 기자)
애기봉 평화생태전시관으로 들어서는 관람객들. (사진=이종훈 기자)

북한 땅 보이는 154미터의 애기봉
생태공원, 해병대 허락받아야 입장
당일 스마트 폰으로 예약 방문 가능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수도권에 굵은 빗방울이 뿌리기 직전인 지난 731일 오전 8시께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북한이 코앞에 있는 곳이라 군사적인 중요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있었지만, 공원 입구부터 살벌함이 느껴졌다. 공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해병대 장병으로부터 오전 10시에 공원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른 아침에 공원을 둘러보겠다는 기자의 계획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활용, 오전 101회차 방문을 예약했다. 애기봉 생태공원이 당일 예약도 접수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전 10시가 돼서야 애기봉 생태공원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군사구역으로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아서인지 높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길을 직접 걷는 것도 운치 있어 보였지만,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때문에 부득이 차량으로 이동했다. 5분쯤 갔을까, 드디어 애기봉 평화생태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생태전시관은 1층에 영상관과 카페, 2층 전시공간과 주제 정원, 흔들다리 등을 갖추고 있었다. 흔들다리를 통해 조강전망대에서는 직접 북한 개풍군의 모습을 망원경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애기봉 평화생태전시관 흔들다리. (사진=이종훈 기자)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경. (사진=이종훈 기자)
평화의 종은 한국전쟁 희생자 유적 발굴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와 성탄 트리 점등 철탑 등을 녹여 제작됐다고 한다. 종은 UN 문자를 형상화한 높이 9m의 청동 구조물 종탑, 2m 크기의 범종으로 이뤄졌다. (사진=이종훈 기자)
날이 흐려 안내도에 표기된 개성 송악산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과거 평화의 소가 떠내려 왔던 우도와 해물선전마을은 비교적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보면 개풍군 들녘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이종훈 기자)
31일 오전 북한 지역을 망원경으로 살펴보는 방문객들. (사진=이종훈 기자)
31일 오전 날이 흐려 안내도에 표기된 개성 송악산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과거 평화의 소가 떠내려 왔던 우도가 비교적 자세하게 보인다. (사진=이종훈 기자)

개풍군 한눈에, 손에 잡힐 듯한 북녘땅
도심 속 만나기 어려운 녹지 공간 계속
날씨 좋다면 친구·연인 걷기 좋아 보여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기자는 전시관 안내자의 양해를 얻어 흔들다리를 통해 조강전망대를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기상 상황이 나쁘면 통제된다고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

흔들다리를 지나면 조강전망대까지 스카이포레스트 가든이 펼쳐진다. 날씨만 좋다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도심 속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녹지공간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흔들다리 길 주변에는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벤치가 많이 놓여 있었다.

드디어 조강전망대 근처에 올라섰다. 야외전망대를 지나면 구리로 제작된 듯한 평화의 종을 볼 수 있다. 안내에 따르면 평화의 종은 한국전쟁 희생자 유적 발굴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와 성탄 트리 점등 철탑 등을 녹여 제작됐다고 한다. 종은 UN 문자를 형상화한 높이 9m의 청동 구조물 종탑, 2m 크기의 범종으로 이뤄졌다.

마침내 전망대에 올랐다. 날이 흐려 안내도에 표기된 개성 송악산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과거 평화의 소가 떠내려 왔던 우도와 해물선전마을은 비교적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보면 개풍군 들녘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나 가까이 살고 있는데,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한다니. 남북 분단의 비극을 왈칵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전시관 내부에는 각종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영상관과 VR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사진=이종훈 기자)
31일 오전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종훈 기자)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각종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영상관과 VR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사진=이종훈 기자)

접경지역 이야기를 듣는, 의미 있는 전시 공간
아픈 역사속 잘 보전된 조강관람할 수 있어

전시관 내부에는 각종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영상관과 VR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이어 1공간 평화, 2공간 생태, 3공간 미래 등 3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한 전시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관 관계자는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아름답게 보전된 조강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다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방문객들에게 전달하고자 전시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까지 보고 나서니 비가 쏟아졌다. 날씨가 좋을 때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날을 잡아 생태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둘레길 걷기만큼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전시관 내부까지 자가용 차량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좀 더 걸어보고 싶다면 입구에 주차하고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꽤나 좋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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