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휘부 경찰들의 집단행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현장 경찰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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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휘부 경찰들의 집단행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현장 경찰관들도 있다
  • 김소영 기자  4011115@hanmail.net
  • 승인 2022.07.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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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부장
김소영 부장

| 중앙신문=김소영 기자 | 전국의 경찰서장급 총경들이 ‘행안부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집단 단체 행동에 돌입하면서 ‘경란(警亂)’의 도화선이 됐다. 14만명이 복무하며 ‘상명하복’ 시스템과 기강이 확고한 경찰 조직은 준군사조직이기도 하다. 이들의 단체 행동과 반발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경찰 내부 하위직 경찰관들은 총경들의 집단 반발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의 한 경찰청 소속 직원이 올린 글에서도 잘 묻어난다.

익명의 경찰관은 총경들의 이번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 지휘부의 정치화’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비분강개하고 나설 정도의 힘을 진작에 현장 경찰관들의 근무여건, 수사경찰관들을 위한 지원에 투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경찰의 본분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 지휘부의 일신 영달과 조직 간 기싸움에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경찰청 소속 직원들 수십여명이 동감의 댓글을 달았으며 그들은 한결같이 ‘지휘부 경찰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이 같은 익명의 경찰관들은 대부분 젊은 경찰관들로 추정된다. 경찰 조직의 획일화된 조직우선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냉철한 자성의 목소리와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에 놀랍고 자랑스럽다.

이 젊은 경찰관들은 경찰이 과거 검찰처럼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은 필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는 것에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경찰은 교통딱지를 떼고 수시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누군가를 제압하며, 때론 억울한 사람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의 직업과 사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 ‘기레기’라는 이상한 별칭으로 욕을 먹는 신세이기도 하다.

과연 경찰들의 우려처럼 수십 년 전 정치경찰로 퇴보할 것인지, 국민들이 총경들의 전체회의를 보고 공감하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익명의 용기 있는 젊은 경찰들의 외침과 자성의 목소리를 보면서,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는 암담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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