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4코스] 산등성 2곳과 가파른 고개 넘는 생각보다 힘든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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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4코스] 산등성 2곳과 가파른 고개 넘는 생각보다 힘든 코스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2.06.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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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 정상엔 높은 철탑만 덩그러니, 허탈한 느낌 들어
장고개길서 보이는 ‘보각사’ 앞 돌무덤···경건한 맘 생겨
말(馬) 지명 많은 ‘옛 산곡동’···알고 보니, 말 키우던 곳
장고개길 곳곳 설치된 ‘운동·편의시설’ 이용 주민 많아
지난 19일 찾은 인천둘레길 4코스의 시작은 원적산 생태통로 앞 명신여고 너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시작됐다.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 산길로 향하다 보면 한남정맥 안내판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사진=이복수 기자)
인천둘레길을 여러 차례 걸으면서 한남정맥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안내판에 따르면 한남정맥은 한강을 축으로 해 강줄기의 남쪽을 따라 내려가는 산줄기라는 뜻에서 한남정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사진=이복수 기자)

|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드디어 해제되면서 점차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요즘이다. 점차 더워지는 날씨 속에 푸르른 수목이 만들어주는 자연 그늘을 마주하는 둘레길 걷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천시가 선정한 인천둘레길은 모두 16개 코스로 구성됐다. 특히 1코스 계양산, 15코스 마니산을 제외하면 모두 해발 200m 내외의 완만한 숲길로 이루어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산행으로 제격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가까이하지 못했던 인천지역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인천둘레길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자. 인천둘레길 16개 코스 중 4코스를 가봤다.

인천둘레길 4코스는 3코스와 맞닿은 원적산 생태통로를 출발해 철마산과 보각사, 장고개를 거쳐 함봉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산등성이 2곳과 고개를 넘어가는 코스로 가파른 경사를 넘어야 하는 생각보다 힘든 코스였다.

# 철마산을 오르다

산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산행객들을 위해 말뚝과 밧줄이 놓여있긴 했지만, 대부분 바위를 딛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코스다. (사진=이복수 기자)
생각보다 가파른 산을 약 30여 분 정도 올라 철마산 정상에 도달했지만, 높은 철탑 아래 해발 165m라는 작은 표지판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정상에 올라섰다는 기쁨보다는 조금 허탈한 느낌이 든다. (사진=이복수 기자)

지난 19일 찾은 인천둘레길 4코스의 시작은 원적산 생태통로 앞 명신여고 너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시작됐다.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 산길로 향하다 보면 한남정맥 안내판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인천둘레길을 여러 차례 걸으면서 한남정맥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안내판에 따르면 한남정맥은 한강을 축으로 해 강줄기의 남쪽을 따라 내려가는 산줄기라는 뜻에서 한남정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크게 보아 경기도 안산의 칠장산부터 경기도 김포의 문수산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인천은 한남정맥의 중간쯤에 있는 모양이다.

산길 입구에 인천둘레길 표지판을 마주한다. 4번째 산행길이라 그런지 이제는 반가운 느낌마저 드는 안내판이다. 산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산행객들을 위해 말뚝과 밧줄이 놓여있긴 했지만, 대부분 바위를 딛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코스였다. 얼마나 가파른지 다른 코스와 다르게 필자 이외에 오가는 등산객들을 별로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다.

30여 분 정도 올라서자 철마산 정상에 도달했다. 높은 철탑 아래 해발 165m라는 작은 표지판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정상에 올라섰다는 기쁨보다는 조금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둘레길은 아직 남아있으니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조금 낯선 사찰, 보각사

장고개길로 가기 직전 내려가는 길에 1958년 3월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 터였던 곳에 세워진 보각사가 있다. (사진=이복수 기자)
사찰 보각사 주변을 지나는 방문객들이 오랫동안 쌓아놓은 듯한 돌무더기가 보인다. (사진=이복수 기자)

장고개길로 가기 직전 내려가는 길에 보각사가 있었다. 문헌에 따르면 대한 불교 조계종 보각사는 19583월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 터였던 이곳에 조선말 상국의 손녀딸인 김혜석 보살님에 의해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사찰 건립을 통해 우리 민족의 올바른 정기를 복원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생각보다 아담한 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석탑 등의 불교 관련 시설이 없는 조그마한 사찰이었다. 사찰 관계자가 청소 등을 하고 있어 절 안까지 깊게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다만 사찰 바깥으로 이곳을 오가는 방문객들이 오랫동안 세워놓은 듯한 돌무더기가 보였다. 이들은 이곳에 돌을 올려놓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절로 경건해지는 마음을 카메라에 몇 장담은 후 내려왔던 길을 다시 재촉해 올라갔다.

# 시민들의 쉼터, 장고개길

장고개 안내판.
운동기구 등 주민편의시설이 마련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이 시설은 서구청이 설치했다.

함봉산의 줄기가 떨어져 중간지점쯤 거의 평지를 이루는 곳이 장고개이다. 행정구역으로 치면 부평구 산곡동에서 서구 가좌동으로 연결되는 고갯길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옛날 산곡동에는 너른 초지가 많아 말을 키우는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인지 장고개 주변에는 마장뜰, 마장 등 말과 연관된 지명이 많은 듯하다. 다만 산곡동 쪽으로 향하는 길에 군부대가 들어서는 바람에 장고개는 고개의 기능을 잃었다고 적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산길 옆으로 보급단 부대의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만큼 이곳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라는 방증이겠지만, 일반 시민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좀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장고개길 곳곳에는 인천 서구청에서 조성해놓은 운동시설이 많이 있었다. 산길임에도 야트막한 평지가 펼쳐져서인지 각종 운동시설은 물론 정자 등 시민 편의시설이 많았으며,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인천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능선을 타고 가는 것만이 녹지공간을 즐기는 방법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었다. 도심 속에도 이렇게 훌륭한 녹지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십 년을 인천에 거주한다고 해서 우리 동네 곳곳을 세세하게 알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필자와 독자 모두 동네 주변에 숨겨진 녹지공간을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산길을 더 올라 함봉산(호봉산) 정상에 들었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산봉우리를 두 곳이나 올랐다는 사실이 조금은 뿌듯했던 둘레길 산행이었다.

호봉산 정상 가는 길.
산곡동 쪽으로 향하는 길에 군부대가 들어서는 바람에 장고개는 고개의 기능을 잃었다.
함봉산(호봉산) 정상 가는 길.
함봉산(호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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