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3코스] ‘원한 맺힌 산’에서 ‘최고의 산’으로 탄생···조선시대 이야기 깃든 ‘원적산’ 돌아보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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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3코스] ‘원한 맺힌 산’에서 ‘최고의 산’으로 탄생···조선시대 이야기 깃든 ‘원적산’ 돌아보는 코스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2.06.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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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3코스인 원적산 등산로 입구 안내판. (사진=이복수 기자)

|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드디어 해제되면서 점차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요즘이다. 점차 더워지는 날씨 속에 푸르른 수목이 만들어주는 자연 그늘을 마주하는 둘레길 걷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천시가 선정한 인천둘레길은 모두 16개 코스로 구성됐다. 특히 1코스 계양산, 15코스 마니산을 제외하면 모두 해발 200m 내외의 완만한 숲길로 이루어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산행으로 제격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가까이하지 못했던 인천지역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인천둘레길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자. 인천둘레길 16개 코스 중 3코스를 가봤다.

12일 찾은 인천둘레길 3코스는 부평구와 서구의 경계에 자리 잡은 원적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였다. 원적산은 예부터 철마산, 천마산 등으로 불렸는데, 현대에 와서 인천시 지명위원회가 원적산이라는 이름을 확정에 명명했다.

원적산 안내도에 따르면 원적산의 한자는 원망할 원()으로 원한이 맺힌 산이라는 뜻이다. 이는 조선시대 운하 건설을 위해 원통이고개를 파도 암석이 나와 실패하고, 아나지고개를 파도 암석이 많아 실패하자 원통하고 원한이 맺힌 산이라는 뜻에서 원적산(怨積山)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후대 사람들이 지금의 원적산(元積山) 한자로 고쳤다고 한다.

원적산은 634700(192000여평)의 광활한 산림과 211m의 높이로 부평구, 서구, 계양구까지 3개 행정구역에 걸쳐있어 인천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편안한 쉼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민간인 소유주와의 갈등으로 등산로 일부가 끊기는 등 대다수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어, 갈등 해결을 위한 행정기관의 중재 노력이 시급한 곳이기도 하다.

# 생각보다 가파른 등산로 지나면, 인천 도심을 한눈에

원적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사진=이복수 기자)
정상에 거의 다 와갈 즈음 돌무더기를 마주했다. 원적산 산세가 험해서인지 곳곳에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사진=이복수 기자)
오르막길이 상당한 데다 돌산이어서 미끄럼의 위험도 있고, 생각보다 길이 험해서 놀랐다. 대신 그만큼 정상으로 향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사진=이복수 기자)
원적산 정상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

인천둘레길 3코스는 세일고등학교를 출발해 원적산 생태통로를 지나 석남약수터-팔각정-원적산 체육공원 등을 도는 코스로 원적산을 한 바퀴 돌아가는 코스다. 인천둘레길로 명명된 지역 중 가장 걷기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등산로는 생각보다 험해 마음을 놓고 걸었다가 진땀을 빼는 지역이기도 하다.

생태통로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앞서 2차례 걸었던 인천둘레길처럼 하늘 높이 솟아있는 왕벚나무, 소나무, 회양목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따가운 햇볕을 상당 부분 막아준다. 둘레길 탐방 기획이 여름의 초입부터 시작해 연재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지만,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자연이 만들어주는 그늘 덕이다.

석남약수터를 지나 원적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막길이 상당한 데다 돌산이어서 미끄럼의 위험도 있고, 생각보다 길이 험해서 놀랐다. 대신 그만큼 정상으로 향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정상에 거의 다 와갈 즈음 돌무더기를 마주했다. 원적산 산세가 험해서인지 곳곳에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바로 올라가면 위험하니 우회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안내였다. 안내판을 따라 조금 돌아서 원적산 정상에 올랐다. 산 아래로 부평과 서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인천 곳곳에는 거대한 건물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새삼 변화하는 인천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팥배나무 군락지가 있는 원적정

원적산 아래로 부평과 서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이복수 기자)
원적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적정은 인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난 1997년 당시 사업비 2억9000만원을 들여 한식 목구조 및 철근콘크리트 2층 구조로 만들어졌다. 특히 원적정 주변에는 팥배나무 군락지가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이복수 기자)
인천둘레길 안내판. (사진=이복수 기자)

정상을 지나쳐 부평구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계속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적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판에 따르면 원적정은 인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난 1997년 당시 사업비 29000만원을 들여 한식 목구조 및 철근콘크리트 2층 구조로 조성했다. 특히 원적정 주변에는 팥배나무 군락지가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팥배나무는 꽃이 배꽃을 닮고, 열매가 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여름철이지만 겨울에는 나무마다 새빨간 열매가 매달린다고 한다. 눈이 와서 하얀 설원에 빨갛게 맺힌 열매를 보는 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한다. 겨울철에도 한번 와보고 싶은 이유다.

# 소유자와 갈등으로 단절된 녹지공간, 행정기관이 적극 나서야

발걸음을 원적산 공원 쪽으로 돌려 내려가는 길에 낯선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플래카드에는 2022년 2월 10일부로 자신의 소유한 원적산 일대 14만8500㎡ 부지 입산을 금지한다며 부평구청이 등산로와 체육시설을 불법으로 설치 및 사용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폐쇄한다고 적혀 있다. (사진=이복수 기자)
낯선 플래카드와 마주했다. 플래카드에는 2022년 2월 10일부로 자신의 소유한 원적산 일대 14만8500㎡ 부지 입산을 금지한다며 부평구청이 등산로와 체육시설을 불법으로 설치 및 사용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폐쇄한다고 적혀 있다. (사진=이복수 기자)

발걸음을 원적산 공원 쪽으로 돌려 내려가는 길. 필자의 둘레길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길의 시작인 이곳에는 녹지공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낯선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플래카드에는 2022210일부로 자신의 소유한 원적산 일대 148500부지 입산을 금지한다며 부평구청이 등산로와 체육시설을 불법으로 설치 및 사용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폐쇄한다고 적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오가는 녹지공간이었을 텐데, 과연 무슨 일일까. 해당 내용을 보도한 인천일보의 2022221일 기사에 따르면 소유주는 재단법인 천주교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로, 이들은 이곳 청천동 산 591 7필지를 소유하고 있다. 총면적은 135438(41000)이다. 현재는 재단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A씨가 관리 중이며, A씨 측은 지난해 6월께 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단은 소유한 토지를 전부 매입하거나 이곳에 재단이 원하는 종교·체육시설을 짓게 해 주면 나머지는 기부채납 하겠다는 의사를 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는 토지 소유주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하고 있다. 재단이 소유한 토지는 공시지가 상으로만 약 40억원 대로, 실제 매입 기준이 되는 감정 평가액은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구의 입장이라 한다. 더구나 이곳은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개발행위는 상급 기관인 인천시 담당으로 부평구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어찌 됐든 소송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으며, 갈등의 조짐은 어쩌면 훨씬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갈등 해결에 미온적인 부평구청의 안일한 행정이, 결국 녹지공간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함으로 현실화한 셈이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돼 시민들의 녹지공간을 되돌려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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