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GM 부평2공장 연내 폐쇄 결정...인천 지역경제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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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기획] GM 부평2공장 연내 폐쇄 결정...인천 지역경제 요동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2.04.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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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생산설비 유치’ 대안 제시...여전히 미지수
5년전 ‘국내 철수설’ 겪은 ‘지엠사태’ 연이은 파장
6.1 지방선거 앞두고 예비 후보군들 정상화 공약
제너럴모터스(GM)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2공장을 연내 폐쇄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인천 지역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GM 인천 부평2공장 전경. (사진=중앙신문DB)

|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편집자주] 제너럴모터스(GM)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2공장을 연내 폐쇄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인천 지역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옛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인천 경제 분야에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최근까지 크고 작은 부침이 반복돼 지역경제에 큰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군산공장 철수로 시작해 산업은행의 추가 투자 결정 등으로 국내 철수설까지 나돌던 지난 2018년 이른바 지엠 사태가 가까스로 가라앉은 지 5년도 되지 않아 부평공장 물량 축소가 결정돼 공장 내 근로자 감소는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두고 인천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평2공장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생산설비를 유치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지역과 정치권의 움직임이 GM 본사의 전기차 생산설비 유치 결정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말리부 트랙스 단종 수순, 부평2공장 문 닫나?

한국지엠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말리부와 트랙스가 단종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국내 생산 차종의 잇따른 단종조치는 결국 한국지엠의 국내 물량 생산 축소로 이어져 한국지엠 의존도가 높은 인천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지엠 등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최근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구성, 현재 운영 중인 부평2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장 운영 축소는 올해 안에 부평2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제너럴모터스의 방침을 이행하는 중간단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GM은 당초 오는 8월 부평2공장을 폐쇄하려 했지만, 1교대 전환과 맞물려 오는 11월까지는 가동을 연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와 트랙스는 올 1분기 국내에서 각각 416, 411대 판매에 그치면서 지난 2018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다 단종된 크루즈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 부평공장 물량 축소, 인천 지역경제에 직격탄

한국지엠 측은 지난 2018년 사태 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지엠 측은 부평2공장 근로자 1500여명을 창원공장이나 부평1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군산공장처럼 공장 폐쇄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재배치, 생산물량을 오히려 늘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창원공장은 내년부터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CUV) 생산이 예정돼 인력충원이 필요, 지난 2018년 수준의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생산기지를 줄이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연 50만대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우려와 달리 지금보다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평2공장 폐쇄는 한국지엠 의존도가 높은 인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공장 인근 부평구 청천동 상권은 물론, 한국지엠 협력사들이 다수 자리 잡은 남동국가산단까지 인천 경제의 핵심이 휘청일 우려가 크다.

지난 2018년 기준 인천지역에는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51곳의 협력업체에 26천여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같은 해 인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천지역 내 한국지엠 관련 종사자 임금 총액은 약 28840억원으로 당시 인천지역 내 총생산(GRDP)3.6%를 차지한다. 여기에 한국지엠 지역 내 총생산은 약 9조원으로 인천 GRDP10%가 넘는다. 부평2공장 폐쇄가 현실화하면 인천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유다.

청천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 정모 씨는 지난 2018년 군산공장 철수 논란으로 부평지역 상권이 휘청였던 아찔한 기억이 아직도 선한데 또다시 부평공장 철수설이 나돌고 있다가뜩이나 코로나 여파로 오랫동안 장사에 어려움이 컸는데, 부평공장 철수설이 현실화되면 손님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 전환배치 두고 노사갈등, 부평2공장 운영 줄다리기

그러나 한국지엠 측이 내놓은 부평2공장 폐쇄 후 근로자 전환배치 구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노조 측에서 부평2공장 가동을 유지하는 등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부평2공장 생산 중단 이후 운영 계획은 물론 전환 근무자 처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사측이 보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부평2공장 근무자 중 앞서 군산공장 폐쇄 후 장기간 무급으로 휴직하던 근로자 300명이 2019년 말 복직(전환배치)됐는데, 사측의 부평2공장 폐쇄 후 전환배치 계획이 현실화할 때 이들이 또다시 일터를 옮겨야 해 전환 근로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부평2공장 생산 중단에 따른 향후 계획과 전환 근무자 주거 대책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 제시안을 받아들이긴 어렵다추가 협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2공장을 연내 폐쇄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인천 지역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2019년 GM 인천 부평2공장에서 개최됐던 지역본부 개소식. (사진=중앙신문DB)

# 인천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 가능 현실화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평2공장이 실제로 폐쇄되면 부평공장 근로자 감소는 물론 협력업체, 지역상권 등 인천 지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부평2공장 폐쇄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생산설비 유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가 대표하는 친환경 미래 자동차 생산 확대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가운데, GM의 전기차 라인에서 한국지엠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지엠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로 GM이 생산하는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디자인센터에서 만들어진 차종이다.

특히 볼트가 사용하는 배터리는 인천 서구에 있는 LG VC(Vehicle Components) 본부에서 생산한다. 이 배터리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조립해 차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만약 한국지엠에서 볼트를 생산한다면, 완성 배터리를 굳이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볼트를 생산할 수 있다. 배터리 수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GM으로써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인천 경제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지엠이 옛 송도유원지 부근, 서구 청라 북인천복합단지와 오류동 검단 산업단지, 계양구 등에 전기차 생산설비 설치를 위한 토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부평2공장 운영 종료가 현실화하면 이곳에 전기차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GM의 의중이다. 한국지엠의 전기차 생산은 북미 지역에 집중된 GM의 미래차 생산라인의 아시아지역 확대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주요 임원들이 근로자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받는 등 북미와 다른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는 GM의 생산설비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강성노조 이미지 역시 GM 본사 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의 움직임 역시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평공장을 지역구로 둔 홍영표 국회의원(민주당·부평을)은 옛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8년 지엠 사태 당시 GM 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산업은행의 지분투자를 끌어낸 바 있다.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장 및 부평구청장 후보들 일부가 부평2공장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그 실현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이정미 정의당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부평2공장 미래차 생산 기지 전환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25일 현재 국민의힘 경선후보로 확정된 조건도 부평구청장 예비후보는 한국지엠 부사장을 지낸 경력을 내세워 부평 경제의 부활이라는 주제 아래 부평2공장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유제홍 부평구청장 예비후보, 이익성 부평구청장 예비후보 등도 부평지역 일자리 창출방안의 한가지로 부평2공장 정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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