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결코 ‘국익’에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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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결코 ‘국익’에 도움 안 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2.02.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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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적폐청산’의 기치를 들고 나와 세상이 시끄럽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관여치 않는다"는 전제로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집권하면 측근 검사들을 동원해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소문이 세간(世間)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가 전 정권의 적폐수사를 거론한 것은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공개적으로 정치보복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으며, 만약 그 의도가 명확한 것이라면, 그가 집권할 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사건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MB) 정권이나, 박근혜 정부는 권위주의 정권이었다. 국정원도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검찰 수사에도 관여하는 등 검찰과 경찰은 정권에 예속돼 있었다.

당시 사정기관이 자발적 정권수사를 한 적은 없다. '민간인 사찰, 광우병 사건, 만사형통 이상득 사건' 등 모두가 정권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것이었고, 검찰은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특검 등 추가 사법 절차를 거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것이었다.

그나마 ‘최시중 사건’은 중요 참고인이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권 초 '십상시 문건'이 터진 후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 검찰이 정권의 부정비리를 먼저 파악해 수사에 나선 사건도 없었다. 비서실장 김기춘 씨는 검찰과 국정원과 경찰을 장악하고, 인사로 사정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윤 후보는 "MB정부가 측근과 형 등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고, 수사하기에 가장 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국민 여론이 무서워 존립기반이 흔들리기라도 할까봐 '썩은 고기'를 어쩌다 청소했을 뿐, 그 정권에서 부패를 청산(淸算)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의 부패는 산더미처럼 쌓여 적폐가 됐다. 마침내 박근혜 정부 말기엔 암존해 있던 '비선실세 사건'이 폭발했고, 당시 김수남 검찰은 '들어갈까 말까' 전전반측하다 촛불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특수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권 초기 첩첩이 쌓인 적폐청산을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이 또한 '정치보복'으로 보는 시선이 있을지 몰라도 부득이한 것이었고, 팩트 자체가 그러했다.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역할을 감당했고, 국민들로부터 '강골검사'란 평을 듣기도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 승진 이후 곧바로 총구를 현 정권에 정조준(正照準)했다. 윤 후보의 말대로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대로 그가 건드리지 못한 수사는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와 원전 수사가 그랬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비서관, 장관 등이 모두 타깃이었다.

물론 문재인 지지자가 서초동에서 강성 시위를 벌여 못마땅했고, 법무장관과 법정 마찰이 있기도 했으나, 어느 나라 검찰도 무진공 상태로 '장애' 없이 수사를 돌파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윤 후보는 '너네(문 정부)는 내가 정권 초기 적폐수사를 했는데, 왜 너네는 못하게 하느냐'고 지금 논리비약을 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수장이 임기도 다 채우지 않고 직에서 물러나 곧바로 야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가 된 상황이야말로 검찰의 독립성 훼손을 초래한 일인데도 말이다.

'적폐'라고 같은 잣대로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정치보복' 의사를 '적폐수사'로 위장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MB·박근혜 정권 적폐청산과 이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주장은 다른 것이다. 차원이 다른 문제를 '적폐청산'이란 '프레임'으로 덮어씌워 정치보복을 감행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만약 이같은 시니리오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불행하고, 국가적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 공소장에 '문재인'이란 단어가 3번이나 나오고, '대통령'이란 단어는 무려 43번이나 등장한다고 이미 보도됐다.

원전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년 8월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론을 내렸으나, 수사팀의 반대로 검찰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한 결론을 아직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야당 후보가 적폐를 가장한 '정치보복'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되고, 재판장에 서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더 이상 ‘적폐청산’이란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膾炙)돼선 안 된다. 결코 국익(國益)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백해무익(百害無益)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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