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평리 전투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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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평리 전투 잊지 말아야
  • 양병모 기자  jasm8@hanmail.net
  • 승인 2017.02.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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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모(국장)

| 중앙신문=양병모 기자 | 우리는 6.25 전쟁 중 인천 상륙작전이 북한군에 밀리던 연합군과 한국군이 승기를 잡고 북으로 전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전투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작전 하나로 남과 북이 통일의 목전까지 같기 때문에 한국전쟁사에 유명한 전투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평리 전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인천 상륙작전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전쟁 다큐멘터리와 교과서에 상세히 기록돼 웬만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지평리 전투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도 거의 언급조차 없고 교과서에서도 작은 전투로 묘사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평리 전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 초기 연합군과 국군이 북한군과 벌인 전쟁에서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세는 완전히 뒤 바뀌었다. 연합군과 국군은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후퇴를 거듭하면서 반격을 준비했지만 전세를 역전하기에는 중과 부족이었다. 연합군은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철군까지 고려할 정도로 전황이 불리한 상태에서 지평리를 빼앗길 경우 전쟁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지평리를 포기했다면 우리나라는 공산권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전투였다.

두 번째는 미군과 프랑스군이 10대 1이라는 열세에도 목숨을 걸고 지평리를 사수한 전투라 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군 지휘관인 몽클라르 중령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 준장 출신이 전쟁영웅이다. 그는 공산권을 인정한 프랑스의 참전 반대를 무릅쓰고 본인 스스로 중령을 강등해 외인부대 출신 군인과 참전을 했다.

과연 그는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는 프랑스의 공산권 통치를 통해 자유가 얼마나 중한지 알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자유수호를 위해 참전했던 것을 보인다. 일부 지휘관들은 지평리 전투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철수를 주장했지만 몽클라르 중령만큼은 불사 항쟁을 주장하면서 지평리를 사수했다.

한국전쟁사에는 대승으로 기록돼 있지만 20대 청춘을 타국을 위해 목숨 바쳐 전사한 94명과 지평리 사수를 위해 오다가 165명의 희생이 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치열했던 3일간의 전투가 끝난 지 68년이 되는 해이다. 전투 당시 영웅들은 20대 청춘에서 90대 노병이 돼 전사한 전우들의 영혼을 만나기 위해 지평리를 찾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지만 그들의 희생정신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에 와서 이 전투가 얼마나 중요했고 치열했는지 재평가되고 있다. 양평문화원에서도 2008년부터 지평리를 사수하라는 책을 발간하고 지금은 패자인 중국의 입장으로 기술된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영화사에서도 지평리 전투를 배경으로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 등 한국전쟁사에 다시 평가되고 있다.

전쟁은 참전 용사의 무용담이 아니라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영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참혹했고 처절했던 지평리 전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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