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환골탈태’ 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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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환골탈태’ 만이 살 길이다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2.0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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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출범 1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 국민적 기대와 달리, 온갖 논란만 가득했던 1년이었다. 그래서인지, 1주년 기념행사는 기자간담회도 없이 비공개 내부행사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 21일 출범 1년을 맞은 출근길 청사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다가 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날 오후 기념사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논란을 반복치 않기 위해 처장이 사건 입건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등 입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공직사회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성찰(省察)해 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처장은 기관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기꺼이 지겠다"고 했다.

최근 공수처 존폐론과 인적쇄신 요구 등이 빗발쳤음에도 김 처장이 침묵을 지키자 책임론이 제기된 데 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처장은 쇄신을 위해 사건 입건 시스템 개선과 수사 절차에서 인권 강화, 검경 등 수사기관 협조 강화, 바람직한 조직문화·수사시스템 구현을 제시했다.

김 처장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선별해 (사건을) 입건한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건사무규칙을 개정,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치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입건 후엔 검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주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토록 해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한 특정단체의 고발사건을 4건 입건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등 조직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로 불거진 사찰 논란에 대해선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것은 아닌지, 조회 범위가 과도했던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며 인권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사건 입건부터 수사 절차에서 각종 논란을 자초한 점을 의식한 듯 김 처장은 "내·외부의 통제시스템을 강구해 수사의 적법성·적정성을 적절히 담보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 이상으로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인권 관련 문제점은 없는지를 상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의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지난 1년 수사역량 부족은 큰 실망을 남겼다는 지적이 많다. 작년 말까지 약 270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이 중 24건을 입건 조치했으나, 자체 인지수사로 기소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사건' 도 기소는 검찰에 맡겨야 했고, 국민적 관심이 컸던 '검찰 고발사주 사건'은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3차례나 기각돼 수사역량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정치 중립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초기부터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 '황제조사 파문’에 휘말리는가하면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어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인권침해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당초 인권 친화적 선진 수사를 약속했던 공수처는 언론인과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시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뿐 아니라, 부실한 인적 구성도 문제였다.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나 수사지휘 경험이 전무한 데다, 3년 임기로 공수처 검사를 뽑다 보니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공수처 검사 23명 중 수사 실무 경험을 갖춘 검찰 출신은 고작 5명에 불과해 권력형 비리나, 공직부패 범죄를 수사할 고도의 수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공수처 출범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공수처) 무용론을 얘기할 정도로 국민적 실망이 컸다. 따라서 공수처는 뼈를 깍는 자성(自省)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부족한 수사 전문인력과 자원을 재정비하고, 수사 성과를 내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척결과 검찰개혁완수란 목적 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시스템을 혁신(革新)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공수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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