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의 단상] 어머니의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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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의 단상] 어머니의 떡국
  • 김광철 군수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2.01.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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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철(연천군수)
김광철 연천군수

이제는 어색할 것 없는 코로나19로 사라진 설 명절,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아침 일찍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동전 같은 새하얀 떡국 떡을 솥단지 안에 가득 넣으시며 가정의 안녕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시던 어머니 생각 때문이다.

예전처럼 한솥 끓인 떡국을 가족들과 둘러앉아 함께 먹을 수는 없지만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깊은 새록새록 추억을 더듬게 만드는 것은 새하얀 떡국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뿐이다.

예전 어머니 하신 이야기 중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소리가 요즘은 무섭게 느껴진다. 떡국을 먹을수록 어머니의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도 설날이 다가오면 부엌에서는 어머니의 떡국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것 같다.

밤새 굳은 가래떡을 썰던 손때 묻은 칼과 도마는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는 듯 잘 정돈되어 있다.

설날 이른 아침이면 어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놀라 덜 깬 잠으로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떡국 냄새가 가장 먼저 나를 반기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설날 떡국 끓이는 소리는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내 귓가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는 큰 솥에 떡국을 국자로 휘휘 저으시던 옹골찼던 모습은 간데없고 아흔을 눈앞에 둔 어머니는 “내년에도 우리 아들이랑 떡국을 함께 먹어야 할텐데”라며 입버릇처럼 말한다.

점점 쇠약해가는 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설날 가족들이 모여 왁자찌껄 떠들어대며 자신이 만든 떡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모습이 선명히 남아 있나 보다.

부엌일에서 손을 놓으신 지금도 어머니는 이런 설날 아침 전경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절이 바뀌고 설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말이 없는 조용한 성품이라 아픈 내색도 안하시며 새해 아침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과 떡국을 먹으며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한다. 아버지를 가슴에 묻으시고 자식들을 위해 당신 몸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오로지 자식들을 굶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집안일과 농사일을 도맡아 하시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농사일에 혼자서 많이도 우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도 바르고 성실하게 오직 한 길만을 갈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되어 주었다.

어머니는 설날이 다가오면 새하얀 햇쌀을 함지박에 담아 방앗간으로 향했고, 머리에 이고 돌아오는 함지박 안에 긴 가래떡이 숨을 쉬듯 하얀 입김을 내고 있었다. 밤새 굳기를 기다린 가래떡은 아침이면 어느새 동그란 떡국이 되고 온 가족을 밥상 앞으로 불러 모이게 하는 설날 풍경이 되었다.

지금도 설날 아침이면 부엌에서 바스락거리며 떡국을 끓이는 어머니의 꿈을 꾼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어머니의 떡국이 그리운 것은 정치라는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을 때도 늘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며 매일 아침 기도를 해 주시던 어머니와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했던 회한이 그리움으로 남아 떡국을 통해 위안받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나의 생활 속 중심부에는 언제나 어머니라는 이름이 존재했다.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의 방패막이며 영원한 버팀목인 어머니가 계셨기에 설날 아침의 오밀조밀한 기쁨을 함께 느끼며 떡국의 진정한 맛을 느껴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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