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국리민복’에 올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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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국리민복’에 올인해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2.01.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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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오는 3월 9일 실시될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낯선 부분이 많다.

이번 대선전은 아무리 살펴봐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현상을 풀이하기가 쉽지 않다. 여야 후보들의 '멸공'과 '여가부 폐지', 일부 이대남들의 극우적 성향, 탈모 공약 등이 그렇다.

논란 하나 하나가 이유나 원인도 없이 불거진 이슈는 아닐 것이다. 그 동안 한국사회의 성격과 세대변화, 자본의 발달, ‘코로나19’ 같은 영향 등의 요소가 뒤섞인 결과물로 봐야 한다.

기성 언론은 대선에서 거대 담론(談論)이 사라졌다고 개탄(慨歎)하지만, 사실 그것 만도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성장'이나, 윤석열 후보의 '멸공'은 거대 담론적 성격을 가진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나, '747정책', '행정수도 이전'처럼 기존 대선판을 거대하게 지배하지 않고, 오히려 숏폼(짧은 콘텐츠)이나, 밈 형태로 짧고 경박(輕薄)하게 소비될 뿐이다.

이유는 유권자들이 거대 담론 소비에 지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국력과 권력·부, 자유, K문화, 정치적 양극화, 세대분열, 착취·불평등, 불로소득 등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지만, 큰 담론이 내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사람들 평가가 아주 인색하다. 불만족스럽거나, 회의적인 경향이 큰 탓이다.

그리고 인터넷 하위 문화의 전성기 구가를 주목해야 할 듯 같다. 이번 대선에서 구애를 가장 많이 받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유권자 층은 20대 남자, 이른바 '이대남' 이다. 이들의 결집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2030세대’는 취업·부동산 등에서 좌절(挫折)을 호소해 왔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훗날 분열과 증오·갈라치기가 사회에 환원될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라도 자신들은 감당할 몫과 책임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증오는 강렬한 빛을 발사해 그 속에선 사물의 윤곽이 사라지게 돼 있다. 국민의힘은 일간베스트, 즉 일베에서 시작된 놀이 문화를 선거 기획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베 시스템은 경쟁 압력이 아주 세 초대형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추천을 많이 받아야 일간베스트 게시물이 되고, 레벨이 올라가는 구조다.

상위에 랭크되려면 가혹한 유머 코드를 생산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멸콩'의 해시태그 방식도 일베 극우층의 전형적인 게임 방식이나, 놀이 방식의 하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멸공챌린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이틀 걸렸군" 이라거나,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너스레를 떨곤 하는데, 영악스럽기 그지 없다.

기획은 '7자 제목' 일베 놀이 방식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봉급 월 200만원'처럼, 울타리도 없고, 규칙도 없는 ‘7자 제목’을 미끼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온라인 놀이터'를 만든다.

놀이터는 찬반을 논하는 공론장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 게임의 목적은 단 한 가지로 '분열과 증오의 늪 속'에서 사람들이 헤매게 만드는 것이다.

8·90년대라면 야바위(노름)와 같다. '배설장'으로 퇴락한 놀이터를 실컷 떠들썩하게 만든 후, 떠나는 야바위 꾼은 유유자적 후기를 남긴다.

2020년대를 '나중시대'라고 한다. 내가 중심이 되는 '나중시대'란 것이다. 사회 트랜드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오롯이 각자의 몫이 된 시대라고 한다. 우리, 가정, 공동체는 모두 분해되는 시대다.

이에 발맞춘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도 '개별맞춤' 시대다.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 윤석열 후보는 '심쿵'이라고 명명했다. 탈모와 택시기사 보호 칸막이 설치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이어야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반면 '나중시대'라 하지만 20대 유권자 집단을 향한 표심은 아이러니다. '이대남·이대녀'가 어느 규모로 집단적 결속력을 지니고 있는진 알 수 없으나, 여튼 대선 판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부각됐다.

이번 대선은 과거의 기준으로 판별커나, 이해할 수 없는 장이 됐다. 이 분석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여서 내 멋대로 해석했다는 악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많은 착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자유가 가능하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다.

우리 사회에 분열과 증오가 존재하지만 그 분열과 증오를 해결할 수 있는, 연대를 회복하는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그 역할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갈라치기는 부메랑이 돼 반드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2022년 트랜드 코리아'가 온통 '나노사회' 특징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나노사회의 메가트랜드 아래에서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의 분열(分裂)의 길이냐, 연대(連帶)의 길이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해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 후보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과 성을 다해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선거전에 올인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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