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고생의 엽기적 위문편지…과도한 성별·세대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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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고생의 엽기적 위문편지…과도한 성별·세대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
  • 차영환 기자  cccdh7689@naver.com
  • 승인 2022.01.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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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환 기자
차영환 기자

| 중앙신문=차영환 기자 | 젊은 남성과 여성들 간의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는 시국에 '여고생'들 마저도 가세해 다가올 미래가 우려스럽다.

최근 수도권의 한 여고에서 봉사시간으로 인정해주겠다면서 학생들에게 국군 장병 위문편지 쓰기를 권장했다.

이에 대해 여고생들은 "권장이 아니라 학교에서 강제했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위문편지 내용은 장병들에게 가혹한 내용이었다.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는 조롱과 비웃음 일색이었다.

또 다른 여고생은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라는 등의 의미를 언뜻 알기 어려운 문구를 썼다. 이 문구는 군대 내 샤워장에서 상급자가 일부러 비누를 떨어뜨려서 하급자에게 주워달라고 하고서는 방심한 틈을 타 강제로 성폭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때마침 현직 여성가족부 장관의 모교이기도 해서 성별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여고생들만의 그릇된 인식이라 치부하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다. 그보다 앞서 실타래가 상당히 난해하게 꼬여왔기 때문이다.

당장 대선 국면만 살펴봐도 그렇다. 2030 표심이 화두다. 각 후보마다 2030세대, 특히 이대남으로 표징되는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얻기에 혈안이다.

상대적으로 '이대녀'들은 '페미니즘'에 경도됐기 때문에 '무조건 여성 후보만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따라서 여야 주요 후보들이 볼 때는 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선거일 당일 휴일을 만끽하러 나들이 가거나 쇼핑하러 가는 경우도 대체적으로 2030 여성들이다.

그보다 더 앞선 세대인 3040은 어떠한가. 이른바 '82년 김지영' 세대로 대표되는 해당 세대 여성들은 건국 이래 가장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은 세대에 속한다. 육아는 친정 부모에게 맡기고, 맞벌이 하면서 출산휴직과 육아휴직을 누리는 등 그 전 세대에 비해 일자리 편의성도 많이 누리고 있다.

동세대 남성들이 군가산점 폐지와 부활 등 부침을 겪으면서 '군복무'로 인해 사회생활에 뒤쳐질 동안 3040 여성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공직과 공기업, 대기업 등에 활발히 진출해 있다.

이러한 각 세대간의 갈등요소와 불평등은 마치 물결처럼, 주식의 차트처럼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3040 여성세대들의 누린 편의성이 2030 남성들의 열렬한 정치참여로 이어졌고, 이는 10대인 여고생들에게는 잠재적인 적대감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정치는 전쟁이다. 명확히 내 편과 상대편, 전쟁에 나서는 각 부대(세대, 성별, 지역, 정파)를 세분화해서 전투에 나서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정치권의 과도한 성별·세대론 부추김이 과거세대보다 현세대에서 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판국에 미래세대에서 더 격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자중하기는 어렵겠지만, 부디 대선이 끝나거든 성별·세대 갈등을 더 부추기지 말고 '화합과 소통'에 주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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