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뜨거운 사투 벌이던 “평택 청북 물류센터엔 아직도 메케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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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뜨거운 사투 벌이던 “평택 청북 물류센터엔 아직도 메케한 냄새”
  • 김종대 기자  kjd3871@hanmail.net
  • 승인 2022.01.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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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주변엔 ‘순직 소방관들 명복 비는 현수막’ 곳곳 게시돼
안갯속 ‘화재 건물에 걸린 아침 해...뭔가 이야기 하려는 듯’ 느껴져
9일 오전 안개와 미세먼지가 낀 물류센터 화재 현장 모습. 건물에 걸렸다 방금 위로 올라간 해가 물류센터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9일 오전 평택제천고속도로 청북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거대한 크기의 평택 청북 물류센터 건물 화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긴박했던 화재 현장인 물류센터는 청북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도로와의 거리가 불과 2~30미터에 불과해 보였다.

눈에 들어온 건물 윗부분만 봐서는 불이 났던 건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건물 위쪽은 화마의 흔적 없이 말끔했다. 아마도 건물 전체가 모두 타버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와는 달리 7층 규모의 청북 물류센터 전체가 타 버리지는 않아서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물류센터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 1개동 7층으로, 연면적 199,762(6428)에 이르는 규모로 비교적 큰 물류센터이다.

이곳 일대는 일부 몇몇 주택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일명 고렴일반산업단지로 불려지는 곳이다.

현장이 가까워지자 불길이 치솟았던 건물 아래쪽은 검은 그을림과 화재 진압 때 깨진 널브러져 있는 각종 건축자재들이 그대로 쌓여 멀리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이 났던 건물 쪽을 자세히 보니,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때 보이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메케한 냄새, 시커먼 연기 자국, 흥건히 젖은 바닥, 깨진 벽면 등 화재의 참옥했던 당시 현장이 그대로 느껴졌다.

물류센터 건물 뒷쪽 모습. (사진=김종대 기자)
아침 안개와 미세먼지가 심했던 9일 오전 물류센터 건물 앞쪽이 화마에 그을려진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이날 오전 818분에 찾아간 물류센터 화재 현장 입구. 현장엔 접근금지를 알리는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다. 입구에서 보니 소방차 1대와 몇 명의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을 돌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화재 발생 3일이 훨씬 지나간 시간이었다.

소방관들이 탄 소방차가 현장을 빠져나가자 잠시 후 물류센터 앞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경찰버스에서 내린 경찰들이 화재 현장에 다시 들어와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이곳에서 화재 조사를 위해 밤을 지새운 것처럼 보였다.

화재 현장 주변 곳곳엔 순직 소방관들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소방관들이 목숨을 빼앗은 이 화재는 준공을 앞에 두고 막바지 공사 중인 신축 물류센터에서 지난 5일 오후 1145분께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불길이 잡히지 않자 같은 날 자정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이다, 7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710분께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1단계를 해제한 뒤 5명의 송탄소방서 소속 소방관 중 9122명만이 자력으로 탈출하고 3명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6분 뒤인 918분 소방대원들을 찾기 위해 수색팀을 투입했다.

그러던 중 잠잠하던 불길이 다시 치솟고, 수색팀 투입 3분 뒤인 오전 921분 대응 2단계를 발령, 진화에 나섰다.

화재 현장 주변 곳곳엔 순직 소방관들의 명복을 비는 지역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돼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실종된 소방관 3명은 1241분께 투입된 수색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알려진 대응 2단계 발령 후 소방관 실종이 아니라, 대응 1단계 해제 후 소방관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된 것.

안타깝게 순직한 소방관 3명은 송탄소방서 구조대 소속 이형석(51·팀장) 소방위와 박수동(32) 소방교, 조우찬(26)소방사이다.

20대인 조 소방사는 특전사로 4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용된 지 불과 7개월 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특히 조 소방사는, 같은 소방관 동료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된 박수동(31) 소방교는 부모에겐 언제나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현장에서 이들과 가장 맏형이었던 이형석 팀장(50·소방위)은 소방 경력 28년 된 베테랑 소방관이자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이다.

이들 3명 모두는 이날 화재 현장에 인명 수색을 위해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둔 채 동료 소방관들에게 발견됐다.

8일 열린 영결식은 그야말로 슬픔이 가득한 울음바다였다. 이와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시공사·감리회사·하청업체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정부는 순직한 이 소방관들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 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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