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층간소음 갈등사건’이라기보다 ‘일가족 흉기 살인미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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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층간소음 갈등사건’이라기보다 ‘일가족 흉기 살인미수 사건’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1.11.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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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수 국장
이복수 국장

|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인천에서 40대 남성이 아랫집에 사는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이른바 층간소음 갈등으로 주요 언론들이 명시해 보도하고 있지만, 본질적 문제는 피의자의 잔혹한 범행과 인성으로 비롯된 것이고, 부가적으로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의 다소 안일한 대응이 이 문제의 핵심처럼 보여진다.

층간소음 갈등이라고 하면, 양측 모두에게 사건 발단의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며 마치 피해자 측에서 먼저 도발한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만들어내게 된다.

언론이 자꾸만 층간소음 갈등이라고 하는 까닭은 사건의 내막을 부실하게 취재한 것이 첫째 원인이고, 둘째로는 주로 통용되는 언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써먹고 만 것이다. 독자들은 자극적 서사 구조가 있는 뉴스에 관심이 많고 층간소음 갈등이라고 하면 무언가 내막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눈 밝은 언론의 취재로 뒤늦게 경찰의 미흡 대응이 이번 사건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 피의자는 피해가족의 집에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가 경범죄 처벌을 받았다.

감정이 더욱 격해진 피의자는 돌아와서 또 피해가족의 집에 찾아갔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양측을 분리 조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집으로 가서 흉기를 들고 내려와 범행한 것이다.

피의자가 흉기를 든 것을 현장 출동 여경이 인지하고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는데, 1층 아래로 내려갔던 경찰관들은 공동출입문에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피의자는 일가족들에게 무참히 범행했다. 어머니는 중태고, 아버지와 딸은 얼굴과 팔에 부상을 당했다.

이 정도 사건발생경위와 범행의 위중함은 피의자의 인성과 행태에 대해 보다 집중해야 하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매섭게 질책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아무리 층간소음 갈등이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층간소음 갈등사건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전국 어디서나 층간소음 갈등은 있지만 이런 식의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극히 드물다.

흉악범죄를 미연에 막을 기회는 수차례 있었지만 놓쳤다. 경찰은 1번은 풀어줬고 또 다른 한번은 뻔히 보면서도 못 막았다. 현장 경찰들의 대응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

한편 이 사건을 명명할 때 층간소음 갈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오죽하면 흉기를 휘두르겠느냐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줄 우려가 크다. ‘층간소음이 심하면 이웃 간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인식 말이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공동체가 다수고, 건설사들의 부실시공이 만연한 우리사회에서 층간소음은 피하기 어렵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배려와 인내 등 자정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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