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유정 기자 |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로 불리며 2030 젊은층에게 폭발적 지지를 받았던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해 두 번째의 대선 도전에 고배를 마셨다. 당원 표에서 크게 졌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크게 이겼다. 이 때문에 ‘민심을 역행한 당심’이라는 평가다.
불과 추석 전까지 한 자릿수 지지를 받던 홍 의원이 인기 상승해 윤석열 후보와 막판까지 긴장감 넘치는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치지침에 큰 과제를 던졌다.
2030, 나아가 40대까지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홍 의원은 소위 ‘꼰대’, ‘막말’, ‘독고다이’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지만 현재의 그는 ‘귀여운 홍할배’,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 ‘산전수전 겪은 경륜’으로 젊은층들에게 인기 받았다. 젊은층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각종 패러디와 ‘이미지짤’ 등으로 홍 의원의 진솔한 모습들을 공유하면서 지지했다.
5060 장년층과 7080 노년층은 ‘이미 한번 패배했던 카드’라고 보고 신예 윤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 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응징을 하기에는 홍 의원이 마음 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했다.
반면 젊은층들은 ‘지난일’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힘겨움’과 ‘이를 타파해줄 미래지향적 인물’로 홍 의원을 점지했다. 여당이 공격했던 ‘돼지발정제 논란’이니, ‘막말 이미지’는 여당의 이재명 후보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이었다. ‘꼰대’는커녕 누구보다 더 활발히 젊은층과 소통했고 SNL 코리아라는 코미디쇼에도 전격 출연해 ‘인턴기자 주헌영’과 케미를 보이며 ‘무대홍’으로서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젊은층들이 환호했던 홍 의원이 야당 후보가 됐더라면 당심은 그대로 후보에게 몰표를 줘서 본선에서 쉽사리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당심은 민심을 거슬렀다. 결국 홍 의원은 26년간 자신이 헌신했던 당으로부터 처참히 외면당했다.
다수 젊은이들은 홍 의원의 ‘계파에 휩쓸리지 않는 독고다이’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언론인에게 ‘독고다이(단독)’는 가장 좋은 경우이지만, 다수결 정치에서 독고다이는 치명적 약점이다.
패배 인정 연설에서 홍 의원의 축 처진 어깨는 오래 전 TV드라마 ‘야인시대’의 캐릭터 ‘시라소니’를 연상케 했다. 단신으로 그 세계를 호령했던 시라소니는 패거리로 연장을 들고 달려든 ‘동대문파’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한다. 시라소니 같은 불멸의 정치인, 무대홍의 뒷모습은 쓸쓸했지만 우리사회에 큰 숙제를 남겼다. 청년들의 간절한 열망과 혜안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