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권 꿈’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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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권 꿈’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10.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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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사실상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그의 ‘역사인식’에 대한 뒷말이 많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며 "호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호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이준석 대표가 나서 발언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윤 후보는 그다음 날에도 발언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비판만 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일파만파’ 확산되자 결국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윤 후보가 한발 물러서 고개를 숙이긴 했으나, 그의 역사인식 수준은 심각하다고 할 수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이 전에도 근현대사와 관련해 몇 차례 논란이 될 만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세간(世間)의 이목(耳目)을 집중시킨 바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 사진 앞에서 윤봉길 의사를 언급하는가 하면, 이한열 열사의 사진 앞에선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두 가지 발언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고 한 전제는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아도 정치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수많은 광주 시민을 무참히 학살하며, 정권을 잡은 사실은 이후 정치를 잘했든, 못했든 평가 받을 문제가 아니라, 단죄를 받아야 할 최악의 범죄다.

윤 후보는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대통령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인재를 등용해 국정을 시스템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권력기관의 요직을 대부분 군(軍) 출신들이 장악하고, 폭압(暴壓)적인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안사의 군인들이 기획하고, 신문기자 출신의 허문도를 내세워 ‘언론통폐합’이란 사상 초유의 탄압조치가 시스템으로 이뤄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삼청교육대와 수많은 간첩조작사건 등으로 수없이 많은 ‘인권탄압’과 ‘인격살인’을 자행한 사례는 또 어떻게 치부(置簿)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 뿐 아니라, ‘5공 시절’ 경제호황을 경제팀에게 믿고 맡긴 덕이란 주장은 과연 옳은 판단인가. 물론 당시 김재익 수석 같은 인재들이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며 성장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나, 유례없는 ‘3저 호황’에 힘입은 점을 망각(忘却)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이같은 호황기를 활용해 재벌들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으며, 전 전 대통령은 특혜를 몰아준 대가로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았는지, 당시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밝혀진 액수만 9500억원이나 된다.

윤 후보가 지칭하는 시스템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그는 ‘독재 권력’을 꿈꾸는 것이 분명하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의 발언 중 전 전 대통령 문제 뿐 아니라, 아주 심각한 인식을 드러낸 부분이 또 있다.

그는 "최고 전문가를 뽑아 임명하고 시스템 관리하면서 대통령으로서···(중략)···젠다만 챙기겠다.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 잡겠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시절 이뤄진 검찰 개혁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전반적인 국정의 대부분은 소위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고, 오로지 빼앗긴 검찰 권한을 되찾아 오는데 대통령의 권한과 역량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만약,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면, 윤 후보의 생각엔 온통 '검찰' 밖에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윤 후보가 생각하는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아니라, 과거처럼 독점적 기소권을 갖고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자신들의 뜻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같은 해석이 맞다면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윤 후보가 추구하는 대권(大權)은 정의(正義)롭고, 공의(公義)로운 꿈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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