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부착된 음료병들 다수 ‘불편’
착한 ‘무라벨’ 생수병도 증가 추세
| 중앙신문=김유정 기자 | 환경부가 재활용을 위해 상표(라벨)가 제거된 투명 페트병의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페트병의 라벨 제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6일 환경부와 경기도, 주민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물질이 제거된 순도 높은 페트병만 따로 모아 의류, 가방, 신발 등 고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페트병에 대한 분리배출 의무화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페트병 안에 든 내용물과 이물질을 깨끗이 비우고 부착상표·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페트병 수거함에 분리배출해야 한다.
지난해 환경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페트병 출고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먹는 샘물·음료류의 경우 라벨에 절취선을 도입하고, 일반 접착제보다 잘 떨어지는 열 알칼리성 접착제를 사용해 소비자가 쉽게 라벨을 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라벨 제거가 쉽지 않은 제품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벨 제거가 어려운 제품들 때문에 각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장에는 상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페트병들이 상당수 버려지고 있다.
일부 페트병 제품은 정부의 방침에 더해 아예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홍보와 광고가 필수인 음료수 페트병은 라벨이 커 제거가 쉽지 않은 제품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500㎖ 먹는 샘물·음료의 라벨을 보면 약 21㎝ 페트병에 약 17㎝의 라벨이 부착돼 있고, 약 21.3㎝에는 4.5㎝, 약 23㎝에는 4~5㎝, 약 18㎝에는 14.3㎝가 부착돼 있다.
이처럼 과하게 라벨을 붙여놓은 페트병과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하기 어려운 제품이 상당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요구된다.
또 환경부가 시행하고 있는 절취선이 있지만, 한 번에 뜯어지지 않고 여러 차례 뜯어야 해 손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에는 칼·가위를 사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는 ‘라벨 제거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된 라벨 제거기가 판매되고 있다.
성남시 거주 30대 주부 박모씨는 “유명 생수를 구입해 먹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라벨이 없는 ‘무라벨’로 배달 된다”며 “라벨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배달시점에 맞춰 다 먹은 생수병을 압축해 문 앞에 두면 배달과 동시에 수거돼 분리수거장에 따로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과천시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가보면 PET를 따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해놨지만 그 안에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페트병의 3분의 1정도 라벨이 붙어 있으면 좋겠지만 전체에 라벨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제거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라벨제거가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전해 듣고 있다”며 “제조사를 방문해 라벨 제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각종 기준을 마련하는데 더욱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