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집안싸움’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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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집안싸움’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08.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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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내년 3월 9일 실시될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200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는 수권정당의 자격을, 대권주자들은 국가경영능력을 입증하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정책개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때다.

본선에 진출하려면 먼저 예선 전을 치러야 하는만큼 사활을 건 경선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보기에도 민망한 진흙탕 싸움을 벌여 국민들로부터 빈축(嚬蹙)을 사고 있다.

요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집안싸움’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당 내부에서 느닷없이 '저거'라고 하는 용어가 불거져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후보 사이에 촉발된 불협화음(不協和音)이 당을 뒤흔들어 전체가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이 대표가 원 후보와의 (전화) 통화내용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녹취록엔 "지금 저쪽(윤석열 후보 측)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이제 세게 얘기하는 거지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연구원 내부 조사하고 안하겠습니까.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저거'를 놓고 원 후보는 윤 후보를 가르키는 것이란 주장이고, 당사자인 이 대표는 경선토론회 무산 등 그 동안의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원 후보는 이 대표의 이같은 반박을 되받으며 "기억과 양심을 걸고" 윤 전 총장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쉽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해석에 따라 그 동안의 갈등구조로 이해될 수 도 있고, 윤 후보를 지칭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당 전체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급기야 의원총회에서 난상토론이 이어져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는 주장부터 당 대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지경이란 말까지이 난무하면서 이 대표 체제 이후 가장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엔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있다. 30대의 젊은 이 대표는 오랜 경륜의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구태의연한 당 체질을 바꾸고,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이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이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집권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탓에서인지 이 대표의 리더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대표는 중요한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은 모양을 취하면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녹취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당을 추스러야 할 대표가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을 초래키도 했다.

그렇지만 당 내에서 갈등이 촉발된 가장 큰 원인은 윤 후보가 제공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총장 재직 때부터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한 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지지율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지율에 고무된 탓인지 국민의힘 입당 이후 윤 후보의 행보는 당관 상관없이 독자적 행보란 지적도 있다.

많은 당 소속 의원들을 (캠프에) 영입하면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이 대표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경선후보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당 대표)을 힘으로 압도한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윤 후보와 최재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 경선후보들은 모두 수차례의 의정경험은 물론, 자치단체장 등 오랜 기간 경험과 경륜을 쌓은 인사들이다.

자신들이 쌓아온 정치 경륜이 모두 무시되면서, 경선관리도 공정성을 잃고 특정인사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불만이 쌓여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선관리가 어렵게 돼 서병수 위원장이 사퇴하고 말았다. 그래서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불러올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이같은 문제 해결의 키는 결국 윤 후보가 쥐고 있다. 일부에선 윤 후보가 국민의힘을 자신의 약점을 막아 줄 방패막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윤 후보는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보다 겸손하고, 정중한 자세로 경선과정에 임해야 한다.

이 대표 역시 논란을 초래할 만한 언행을 자제하고, 당초 이 대표에게 기대했던 신선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당 운영에 몰두(沒頭)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막말 공방이나, 집안 싸움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뿐, 민생고(民生苦)에 시달리고 있는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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