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조선시대의 강남,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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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조선시대의 강남, 북촌
  • 중앙신문
  • 승인 2018.02.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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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남산한옥마을에 이어 오늘은 북촌한옥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북촌’은 말 그대로 북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다. 서울의 청계천을 기점으로 그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곳으로, 궁궐에 출근하기 좋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예부터 고관대작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관리들이 살았던 곳이다. 한마디로 ‘조선시대의 강남’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대저택들은 흔적이 대부분 사라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북촌도 변화를 겪었고 지금은 대저택이 아닌 집장사들이 분양했던 작은 한옥들이 들어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촌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와 차별화되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이며,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근대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북촌 사람들의 이야기와 발자취를 따라 함께 떠나보자

북촌여행은 북촌문화센터에서 시작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알 수 있는 전시관과 주민 사랑방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북촌문화센터가 들어선 한옥은 궁궐을 지었던 목수가 창덕궁의 연경당을 본 따 지었다. 조선말 세도가였던 민형기의 며느리가 살았던 곳으로 계동 마님댁으로 불렸다. 한 때 이 집에 살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한 부자가 이사를 왔다가 딸만 일곱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북촌문화센터를 지나 계동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간판만으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참기름집도 만나고,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녔을법한 목욕탕도 자리하고 있다. 이 목욕탕은 현재 겉모습과는 다르게 선글라스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간판을 비롯해 목욕탕의 흔적들이 가게 곳곳에 남아 있어 선글라스를 사기보다는 가게를 구경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재미있는 곳이다.

목욕탕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학창시절 누구라도 한번쯤은 읊어보았을 ‘아아 님은 갔습니다’ 싯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석정보름우물을 만나게 된다. 보름우물이라는 이름은 보름마다 물이 흐려졌다 맑았다를 반복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으로 이 우물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인근 궁궐 궁녀들도 몰래 떠다 마시며 아이 낳기를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우물물은 천주교 미사 봉헌에 사용되기도 했는데,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첫 미사를 봉헌할 때 이 우물물로 세례를 주었으며, 한국인 최초의 신부였던 김대건 신부도 이 물을 성수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정보름우물을 지나면 중앙고등학교를 만나게 되는데 중앙고등학교는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북촌에서도 외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하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도 만날 수 있는, 예측불허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촌의 가장 핵심은 가회동 31번지로 알려진 북촌 5경과 6경이다. 북촌5경과 6경은 한옥마을 골목길을 오르막으로 보느냐, 내리막으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이 곳은 한옥마을 풍경과 더불어 멀리로 서울N타워가 자리 잡고 있어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촌 5경과 6경을 지나면 북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조선시대 청렴함으로 가장 유명했던 맹사성의 집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표지석 만이 자리하고 있지만 맹사성의 집터에서 맹사성이 출퇴근 했을 경복궁을 바라보는 멋도 잠시 누려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강남이었던 북촌은 지금 이시간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골목골목마다 숨어 있는 듯 자리한 공방과 이색박물관들은 북촌의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북촌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북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가고 있다. 차가운 바람결이 아직 가시지 않은 계절이지만 북촌의 참맛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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