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름철 보양식 하면 ‘보신탕’ 옛말... 대세는 ‘염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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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름철 보양식 하면 ‘보신탕’ 옛말... 대세는 ‘염소탕’
  • 강상준·남상돈·김광섭 기자  sjkang14@naver.com
  • 승인 2021.06.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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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일명 유명 개고기 맛집들’ 사라진 지 오래
개고기 식당 주인들...혐오감 부담 ‘업종 변경 계획 중’
‘반려견 인구 늘고, 개식용 반대 외치는 시민들 증가’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가운데 ‘보신탕’으로 지칭하는 고기 종류가 개고기에서 염소고기로 바뀌고 있다. 소위 ‘아재 세대’들 사이에서도 이제 여름철이면 ‘염소탕 먹으러 가자’는 말이 대세다. 사진은 염소요리집에 걸린 염소 효능 홍보물. (사진=남상돈 기자)

| 중앙신문=강상준·남상돈·김광섭 기자 |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가운데 보신탕으로 지칭하는 고기 종류가 개고기에서 염소고기로 바뀌었다. 시내 곳곳에 염소탕을 판매하는 식당은 있어도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식용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경기도 차원에서도 개식용 금지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준비돼 있다.

본지가 경기도 내 보신탕, 일명 개고기 맛집 등의 실태에 대해 취재한 결과 대다수 유명 개고기 취급 식당이 폐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위 아재 세대들 사이에서도 이제 여름철이면 염소탕 먹으러 가자는 말이 대세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도내 유명 개고기 식당들

양주시내에서 수십 년간 개고기 식당을 운영했다는 업주 A씨는 개고기 찾는 손님들이 희박하다면서 단골들이 있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신도시 조성으로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개고기 식당에 대한 혐오감을 나타내는 등 고충이 많다고 밝혔다. A씨는 업종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의정부시내에서는 전통의 유명 보신탕집 5~6군데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어떻게 닫았는지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카페나 다른 식당들의 간판들로 채워졌다.

이런 사정은 연천 전곡 지역에 있던 유명 보신탕집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10여 곳에 이르던 유명 보신탕집이 지금은 단 2곳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천군 신서면 쪽에 있던 유명 보신탕집들이 거의 전멸인 상태다. 동두천 소요산 일대에서 노인들의 여름철 보양식을 책임졌던 보신탕집들도 자취를 감췄다.

문정성시를 이뤘던 여주 능서면의 유명 보신탕집도 2년 전 문을 닫았다. 이곳은 여름철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사람들이 보신탕 맛을 보기 위해 붐비는 곳이었다. 지금은 추어탕집 간판을 걸려 있다.

#‘비위생’, ‘반려견 인구 증가개고기 식당 자연소멸 추세

수년간 각종 동물보호단체가 불법 개사육장, 육견 경매장 등을 상대로 실태를 고발해온 것도 큰 몫을 했다. 남양주시 일패동의 불법 개사육장과 육견 경매장은 올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실상이 알려지면서 폐쇄됐다.

또한 남양주시 진건읍의 야산에서는 풍산개 잡종견이 산책 나온 50대 여성을 습격해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인근의 불법 개사육장 환경이 알려졌다.

이들 개사육장의 실태는 더럽고 악취 나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러한 개들이 불법적으로 판매해 결국 개고기 식당에서 판매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보신탕이 아니라, 기생충과 병균이 들끓는 불법 비위생 음식물인 셈이다. 이런 것을 보신탕이라는 미명 하에 판매하는 사람들, 관행적으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명맥을 이어왔으나 인식의 변화로 자연소멸 추세다.

#염소고기 찾는 사람들

흑염소 요리 전문점인 여주시 천송동의 ‘싸리골’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식사시간대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독특한 뚝배기가 한몫하는데, 고봉처럼 염소고기와 각종 버섯·파무침을 섞은 요리를 1차로 먹어치우면 2차로 뚝배기에 있던 탕에 발을 말아먹는 방식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다. (사진=김광섭 기자)

사람들은 개고기의 대타로 염소탕삼계탕을 찾고 있다. 삼계탕은 몸보신 분야 전통의 강자이지만, 최근 염소탕이 무서운 기세로 보양식 업계를 잠식하고 있다.

도내 곳곳에 염소탕 식당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먹는 방식은 과거 즐겨먹었던 개고기 먹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양념장 만드는 방식, 수육과 전골 먹는 방식, 육수에 밥을 볶아 먹는 방식이 보신탕 그 자체다.

여주시 천송동의 싸리골’(대표 이승애)은 흑염소 요리 전문점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식사시간대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독특한 뚝배기가 한몫하는데, 고봉처럼 염소고기와 각종 버섯·파무침을 섞은 요리를 1차로 먹어치우면 2차로 뚝배기에 있던 탕을 먹는 방식이다. 싸리골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인기 절정에 있는 무침탕이 그것이다. ‘무침탕한 그릇에 2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싸리골 사장님은 흑염소는 기력 회복, 자양강장에 효과가 크고 면역력을 높인다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 찬 기운을 막고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즐겨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염소탕을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주시민 김모(54)씨는 염소탕이 있어서 해묵은 개고기 식용 논쟁을 비껴갈 수 있고, 마음 편하게 건강식을 즐길 수 있다면서 한국인의 오랜 식용 문화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피부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강상준·남상돈·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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