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중한 결정’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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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중한 결정’ 기대한다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03.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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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정치 1번지 여의도’가 요동치며 지각변동(地殼變動)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사퇴의 변이 정치 참여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만큼 현재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검찰총장은 역대 그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은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뿐 아니라, 항상 정치권의 뇌관이 돼왔다.

윤 전 총장의 사퇴보다 다음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의 정치권 진출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윤 전 총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이미 정치권 진출을 내비쳤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키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맞서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이란 그럴 듯한 여의도식 정치적 키워드도 제시했다.

일찍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별의 순간이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고, 윤 전 총장은 지금이 그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을 잡으러 나선 시기와 명분이 아쉽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원전 비리 의혹 수사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 빛이 났으며, 국민들의 응원이 폭발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 명분은 검찰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과 수사·기소권 분리가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정책이지만, 윤 전 총장이 이를 사퇴 명분으로 삼은 것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로 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자의든, 타의든 법조인 윤석열 보다 ‘정치인 윤석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정권의 압력과 그의 저항은 정치인 윤석열의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런 윤 총장의 사퇴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며 색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사퇴를 ‘뜬금없는 처신’으로,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새로운 접합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작년 말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윤석열 갈등 땐 온갖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까지 분명히 했는데, 돌연 사퇴를 하니 사실 갑작스럽긴 하다.

물론 그 사이 ‘중대범죄수사청’ 이슈가 있긴 했지만, 그것이 검찰총장의 사퇴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선 말이 많다.

그래서 검사 퇴직 후 1년 안엔 공직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여권이 발의한 것과 연계해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거기에다 ‘4.7 재보선’을 바로 앞둔 시기란 점을 감안하면 사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택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관건(關鍵)은 과연 정말 정치를 할 것인지, 정치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달려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는 내달 7일 실시될 재보선은 물론 야권 재편과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제3 지대를 선택할 것이냐에 따라 야권의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검찰 총수가 여권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다 정치에 나서는 형국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정치권이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로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여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 전 총장 자신은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 ‘상식과 정의’의 기준이 국민이냐, 아니면 검찰 조직이냐에 따라 ‘정치인 윤석열’의 성패가 결정된다.

어쨌든 윤석열의 사퇴가 정치권에 비상한 관심거리로 부각되면서 그의 입과 발걸음에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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