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사면론’ 역풍 간과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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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사면론’ 역풍 간과해선 안 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01.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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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집권여당 대표가 정초에 구속 수감 중에 있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론’을 들고 나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수 사실상 마지막 해“라며 구속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표가 통합을 전면에 내세워 개혁 동력을 확보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내부에선 냉랭한 분위기 속에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불가론’과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불가피론이’ 맞서 이 대표가 직접 나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으나,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1년 3개월 앞으로 다고온 차기 대선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유력주자인 이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한 대권행보를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동안 보수 진영에서 사면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면 카드는 중도층에도 소구력(訴求力)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같은 ‘사면론’은 사안이 갖는 무게 만큼이나 관련 논란이 증폭되면서 벌써부터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판단이라고 했으나, 여권의 논의 구조로 볼 때 청와대와 어느 정도의 사전 교감은 있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대표는 사면의 명분으로 '국민통합'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 집권여당이 첫 메시지로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문제를 꺼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어차피 풀어야 할 매듭이라 생각한다면 집권 5년차로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가 적기이고, 야당보다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마지막 해인 만큼 새로운 개혁과제를 내놓기보단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국민통합을 이끌며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해 볼 수 있다.

또 여당의 유력대선 후보인 이 대표 입장에선 새해 벽두부터 정치 이슈를 선점해가며 국민통합을 이끄는 대권주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태에 대해 대국민 공식사과를 하면서도 언급을 자제해오던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는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두 대통령의 석방이 가시화될 경우 여전히 구(舊) 여권의 상당한 조직력과 기반을 갖고 있는 친이, 친박 지지층이 결집하며 당내 목소리를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두 전직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김 위원장 체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왜냐면 가뜩이나 취약한 야권이 더욱 분열될 수 있고,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중도지지층 흡수를 위해 국민의힘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이미지 변신 노력도 퇴색할 수 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사면 건의의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오는 3월 초 대표직을 그만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이 될 공산이 크다. 공교롭게도 ‘4월 7일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시기적으로 맞물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면 문제는 여당이 의도했건, 아니건 다가올 서울, 부산시장의 보궐선거에 상당한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4.7 지방보궐선거’ 결과는 여야를 막론하고, 향후 정치구도와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여권으로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장악력, 곧 레임덕의 문제가 걸려있고, 이 대표로선 대권가도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 체제가 대선까지 이어지느냐, 아니면 지도부 교체와 함께 당의 노선과 정치지향이 전면 수정되느냐가 결정된다.

그야말로 여야 모두 한판 사활(死活)을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선거엔 언제나 공학적 요소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고, 판단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이를 행사할 땐 합당한 명분과 여론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여권은 혹시라도 사면이 정치적 이해를 위해 오용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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