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전등사 속 전설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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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전등사 속 전설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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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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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올 한해 자신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한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함에 있어 1월 1일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기도 한다. 오늘은 일출명소가 아닌 소원을 빌 수 있는 색다른 곳, 전등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전등사에는 윤장대(輪藏臺)가 있다. 이 윤장대는 소원을 써서 넣고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불교문화재이다. 윤장대는 손잡이를 잡고 연자방아를 돌리듯 360도 돌리는 것으로 석등처럼 생겼다. 윤장대 안에는 불경을 넣어두는데, 불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돌리면 불경을 읽는 효과를 얻는다.

전등사 윤장대는 예천 용문사에 있는 윤장대(보물 684호)를 토대로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전등사의 윤장대는 현대화 기법으로 재현되어 있어 용문사의 윤장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윤장대에 경전 대신 소원을 써서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어 전등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은 윤장대를 돌리고 싶어 한다.

윤장대 옆으로는 전등사 전설 중 하나인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이다. 전등사에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2그루가 있는데, 꽃은 피어도 열매가 맺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원래 암나무였다. 조선시대 승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절은 많은 세금을 내게 되었다. 전등사도 역시 세금을 내고 있었는데, 해마다 이 은행나무에서 열리는 은행 열가마니를 세금으로 냈다. 그런데 은행을 열가마니에서 스무 가마니로 올려서 내라는 세금인상 요구를 받게 된다. 고민에 빠진 전등사 스님은 불심이 높은 백련사 추송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백련사 추송 스님은 3일 기도를 드리게 되는데 은행을 많이 열리게 해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은행나무에 은행이 맺히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전등사 은행나무에는 은행이 한 톨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전등사에서 세금을 두 배로 더 받으려 했던 조선정부는 결국 원래 받던 세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이 이야기는 연말정산이 시작되는 요즘에 더 통쾌함이 묻어나는 전설이다.

은행나무 전설보다 더 유명한 전등사 전설이 있다. 바로 대웅보전의 나부상 전설이다. ‘대웅’이란 큰 영웅, 위대한 영웅을 일컫는다. 따라서 대웅전은 대웅을 모신 집, 즉 석가모니불을 모신 건물을 뜻한다. 대웅전과 대웅보전은 같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건물이지만 석가모니불 좌우에 어떤 분을 모시느냐에 따라 대웅전과 대웅보전으로 구분된다. 대웅전에는 일반적으로 좌우에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과 같은 보살을 모시고, 대웅보전에는 좌우에 아미타여래나 약사여래를 모신다.

전등사의 대웅보전에는 도편수의 복수가 낳은 익살스런 조각품이 숨겨져 있다. 대웅보전 처마 밑에 옷을 벗은 채로 쭈그리고 두 팔을 올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편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러한 복수를 대웅보전에 담았을까?

도편수는 대웅보전을 짓는 동안 전등사 아래 주막집 주모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공사가 끝나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주모는 도편수가 모아놓은 돈만 가지고 도망을 가고 만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피땀 흘려 번 돈까지 잃은 도편수는 대웅보전 처마 네 귀퉁이에 벌거벗은 여인상을 만들어 그 여인이 평생토록 지붕을 받치고 있도록 벌을 준다. 그래도 그 여인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일까? 평생토록 두 팔로 대웅보전을 받치고 있는 여인이 안쓰러워 한쪽 팔을 슬그머니 내려서 잠깐 쉬게 해준 나부상도 있다.

재미있는 전설이 담긴 전등사는 현존하는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된 사찰로, 외제임에도 불구하고 보물이 된 범종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 가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전등사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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