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리 시장의 독선, 이율배반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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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리 시장의 독선, 이율배반의 끝은 어디인가
  • 한승목 기자  seungmok0202@daum.net
  • 승인 2020.11.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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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규제 고시하고 스스로 어겨... 내로남불?
한승목 국장
한승목 국장

| 중앙신문=한승목 기자 | 안승남 구리시장이 자신이 설치한 덫에 자신이 걸리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시는 지난 915, 소음진동관리법 제24조 동법 시행규칙 제23조에 의거 구리시 전역에서 24시간 이동소음원을 규제하는 구리시 고시 제2020-117를 고시했다.

이에 따라 구리시 어느 곳에서도 24시간 내내 이동을 하며 영업이나 홍보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확성기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 그밖에 환경부 장관이 고요하고 편안한 생활환경을 조성키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 고시하는 기계 및 기구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계도 후 2차부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10월 20일 인터넷 보도)

모든 국민이 구리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면 이 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어느 누구든 예외일 순 없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기가 막힌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20일 오전, 구리시 갈매동의 한 카페테라스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안승남 시장이 자신의 상징인 노란 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연주자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안 시장은 우리라는 제목의 민중가요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를 잡은 오른쪽 상의 팔 부분에 붙인 태극기의 문양이 선명하다. 이날 이 카페에서 음악동호회 모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안 시장이 왜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갔는지 알 바는 아니다. 다만, 안 시장이 시장으로서의 온당한 행동을 했는가의 여부다.

우선 직업이 가수가 아니면서 업무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건 적절치 않다. 그날 상황을 유추해보면 굳이 노래를 불러야 할 정도로 불가피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운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주지할 것은 시가 공표한 이동소음 규제 대상에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항목이다. 시장이 든 마이크와 노래를 부르는 데 사용된 엠프가 바로 이 항목에 포함된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알았든 몰랐든 시장은 자기가 만든 고시를 스스로 어긴 셈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행태이며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안 시장의 이런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10,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코로나 19 안전신고 포상금 지급에 관한 고시를 한 바로 그날 저녁, 다른 사람과 최소 1m를 유지해야 하는 등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도 이를 어기고 한 단체 회원 15명과 집단 술판을 벌인 사실도 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이 소음규제 고시가 공표되자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숙이 필요한 지역에 국한된 것도 아니고 장소와 때도 없이 전 지역을 24시간 규제한다는 것은 자칫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심지어 한 시민의 행동에 감정이 상한 안 시장이 이 고시를 만드는데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구리시 역대 민선 시장들은 한 번도 이동소음원으로 시민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짐작하건대 감정 운운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긴 하다.

한 시민은 “‘게 에미가 자신은 옆으로 가면서 제 새끼에겐 똑바로 가라는 것과 같이 시장의 엇나간 행동이 시민의 눈엔 어떻게 반영될지 아득하다코로나 19로 지친 시민의 삶을 지나친 규제가 더욱더 힘들게 한다. 실제로 시민의 정서 함양을 위한 야외 공연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가라며 완급조절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한편 구리시가 지난 56,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벌금 300만원, 영업 전면 금지 등이 명시돼 있는 ‘3차 예방 준수사항 행정명령을 공고한 바 있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기타 연주자와 지난 710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단 술판을 벌인 안 시장은 방역수칙 위반과 함께 이동소음원 규제 고시도 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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