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박순철 지검장’ 질문에 답해야
상태바
정치권 ‘박순철 지검장’ 질문에 답해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10.25 0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부임 두달여 만인 지난 22일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지검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박 전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판에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1조 50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해 김OO(김봉현)은 1000억 원대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OO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나아가 검찰 불신으로 이어지는 우려스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박 전 지검장은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그 동안 불거졌던 라임 사태의 검찰 수사에 대한 의혹들을 조목조목 되짚어 물었다. 그는 “검사 비리는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께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다”며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

저를 비롯한 전·현직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지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박 전 지검장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을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이라며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이냐”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선 안 된다”며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하고,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검찰이 그 동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오지 못한 것은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사퇴의 변을 끝냈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보면 수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검찰을 흔들고 있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박 전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납득키 어려운 면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관련 사건을 사례로 거론했다.

처음엔 야당이 수사하라고 주장했고, 여당이 강력 반대했었는데 나중엔 여야가 입장을 맞바꿨다고 상기(想起)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대로 수사해 기소했는데도 누구편이란 식으로 보도가 되고, 결국 정치검사가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여야 정치권은 라임펀드 사건과 관련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주장을 놓고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기범죄자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비난과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가 여야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결국 검찰 입장에선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란게 박 전 지검장의 항변이다.

정치권이 이러는 데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과연 검찰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있다.

검찰개혁과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길엔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법조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정치권 행태는 개혁이나, 중립성 확보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설사 공수처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공정성 논란과 공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박 전 지검장은 사퇴 글을 통해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따라서 여야는 20년 넘게 검사로 제직한 박 전 지검장의 이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
  • 1호선 의왕~당정역 선로에 80대 남성 무단진입…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