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얼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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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얼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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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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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자(수필가, 본지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사람을 대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곳이 그 사람의 얼굴이다.

얼굴생김을 보고 3초 만에 그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되고 상대방과 대화를 나눠본 후에는 그 사람의 인격을 짐작하게 된다. 대인관계에서 명함보다 먼저 내미는 얼굴이 그 사람의 간판이다.

‘얼굴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 이라는 말이 있다.

얼굴에서 제일먼저 보이는 눈. 눈은 정신-얼이 머무는 집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마음의 창’ 이라 불리는 눈은 쌍꺼풀이 있고 크고 동그랗고 맑아야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눈이라고 한다.

얼굴의 중앙에 위치한 코. 옛말에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 생긴 거지는 없다’ 고 한다. 코는 그 사람의 위상을 나타내므로 콧대가 높다는 말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뜻이다. 콧구멍이 너무 작으면 융통성이 없어 보이며 콧방울에 탄력이 있고 적당히 큰 코가 보기에 좋고 무언가 잘 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입술은 얼굴에서 가장 관능적인 부분이다. 입술이 두툼하고 약간 앞으로 튀어나온 입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누구나 좋아하는 입술은 아니다.

마릴린 먼로의 섹스어필하는 입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술이 가늘어도 붉은 기운이 돌고 입술선이 뚜렷하고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가야 미소를 머금은 좋은 인상이 된다.

얼굴형이나 눈, 코, 입이 타고 날 때부터 잘 생겼다 해도 미간을 찌푸리거나 표정이 밝지 못하고 심성관리를 잘 못 하면 인상은 달라진다.

수능시험이 끝난 고3학생들 중에서는 졸업도 하기 전에 얼굴성형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눈은 배우 누구와 같게, 코는 탤런트 누구와 닮게 해 달라고 주문하고, 귓불을 만들고 턱은 갸름하게 깎아달라고 해서 TV에 비치는 얼굴이 모두 비슷비슷하여 개성 미는 사라지고 누군지 분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도 몰라볼 정도가 되어 DNA검사관을 비서로 두고 심판을 해야 할 판이다.

얼마 전 외국여행에서 돌아오는 탑승객이 출국장을 못나가고 승강이를 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얼굴 성형을 너무 많이 해서 사진과 실제 인물이 달라 위조여권소지자로 오인을 받았다는 거다. 무리한 얼굴 성형은 개성미가 없어지고 얼굴표정도 부자연스러워 인상을 쓰는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 얼굴 만들기가 잘못되어 얼굴망치기가 되면 후유증이 심각해진다. 거울보고 받는 스트레스, 우울증, 성형중독증, 열등감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사회적인 문제도 야기된다. 그러나 성형수술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타고난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여 받는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수술을 받은 후 자신의 얼굴을 남 앞에 내 놓는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삶에 탄력도 받을 수 있다면 시도해 볼만한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내 어릴 때 별명은 하이 노스(high nose)였다.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네는 듯 하는 남학생이 꼭 꼬리를 달아 노스! 하면서 놀렸다. 나는 큰 눈과 높은 코가 싫어서 놀란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 코도 좀 낮춰 보리라 생각하며 코를 자주 누르는 버릇까지 생겼었다. 40세가 지나면서 부터는 내 얼굴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표정이 어두워지고 누가 봐도 내 나이를 훨씬 위로 봐서 거울보기가 짜증스러웠다. 누가 나이를 물어오면 아예 다섯 살을 보태어 말해버렸다. “어머,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데요.” 나는 맘속으로 그래 5년은 젊게 보이는구먼,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53세 때 나는 과감히 눈 수술을 받았다. 푹 꺼진 눈두덩 이에 내 겨드랑이에서 떼어낸 지방을 넣고 두 겹이나 진 눈꺼풀을 쌍꺼풀 1개로 만들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내가 봐도 5년은 젊어 보였다. 이제는 내 나이를 제대로 봐 주겠지. 기분이 즐겁고 사람 앞에 나서기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이 병이 들거나 마음이 울퉁불퉁해지면 얼굴색도 변하고 표정도 어두워진다.

우리 동네 페인트가게 강마담은 키도 늘씬하고 마음씨도 좋은데 코가 비뚤어진 게 흠이었다. 어느 날 깜짝 놀랄 만큼 달라진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코와 눈을 고쳤다면서 이제는 팔자를 성형할 일만 남았다고 자랑했다. 그 후 그녀는 이혼한지 18년 만에 T면에서 부잣집 멋쟁이 아저씨랑 재혼을 했다. 페인트칠 깡통을 싣고 다니며 공사판을 전전하던 고물 타이탄트럭은 간데없고 까만 세단을 몰고 미끄러지듯 주유소로 기름을 넣으러 들어오는 강마담의 환하고 행복한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굴성형도 하고 싶으면 해야 한다. 자기만족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니 좋고, 자신감이 생겨 만사가 형통할 것 같은 희망을 안고 사니 거울을 봐도 즐겁다.

요즘은 면접시험 때도 인상이 좋아야 합격되는 확률이 높다니 외모가 자산임이 틀림없다. 이마를 넓히고 턱을 깎아 계란형으로 만들고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세우고, 보톡스 주사로 주름을 펴고, 보기 싫게 뿌려진 깨알 같은 점도 다 빼 버렸다 해도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 족상보다야 수상이 위에 있고 그 위에 관상 이 있고 그보다 심상을 바로 가져야 인상도 좋아진다. 인위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었다면 마음을 바르게 갖고 웃음을 더하라. 거울을 보고 입을 살짝 다물고 양손가락으로 입 꼬리를 올려주며 미소 짓기 운동을 반복한다면 인상을 좋게 고치는 지름길이 된다. 성공을 원한다면 인상부터 만들어 가야한다.

박장대소, 파안대소가 얼굴 만들기에 충격요법이 된다면 심성을 바로 갖고 덕을 쌓는 게 인상을 좋게 만드는 비법이 된다.

누가 당신의 얼굴을 만드는가.

부모나 성형외과의사가 아니다. 얼굴이 캔버스라면 마음은 물감이다. 사랑과 감사의 붓을 들고 항상 웃는 표정을 그리면서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 지성과 감성을 더하고 고운 심성으로 수놓았다면 당신은 누가 봐도 반겨줄 좋은 인상의 소유자가 되어 언제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내 얼굴은 내가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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