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촌의 세상 돋보기]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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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촌의 세상 돋보기]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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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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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촌(수필가, 칼럼위원)

어제가 과거이니 지난해는 이미 과거이다.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어오니 생각나는 사람,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나에게 가까이에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 피붙이가 아니면서 그립고 궁금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나를 만나면 얼싸안으면서 반겨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홍복이다.  

그분들이 좋아하실 간식거리와 찬거리로 구운 김과 귤 몇 상자를 샀다. 떠나 온 지 일 년 남짓 되는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 그곳이 이렇게 그리운 곳이 되리라곤 그곳을 떠나지 않았을 적엔 몰랐다. 나의 ‘삼대가 만들어가는 전원일기’의 모태가 된 거기엔 가슴이 따뜻한 어르신들이 계신다. 경상도 말을 투박하게 하는 나를 경상도와 경기도의 거리만큼 낯설어하던 나를 보듬어주던 인생 선배님들이 계신다.

처음으로 산골살이를 하게 되어 모든 것이 서투르기만 하여 엉거주춤하고 있을 때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 주시던 분들이다. 정원에서 키운 더덕의 향기로 혹은 부추모종을 들고 오시거나 따뜻한 팥 시루떡을 가슴에 품고, 내가 살고 있는 언덕위의 윗마을까지 다리의 통증을 참으면서 올라오던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나의 전원일기는 출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살았던 오년은 정말 꿈같이 그리운 곳이다. 야트막한 산들이 울을 치고 있는 마을엔 양지마을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한 분들이 모여 살았다.

마음이 쓸쓸해지거나 사람이 그리워질 때면 마을 회관을 찾아 나서기도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회관에 가면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이기는 하지만 어르신들 틈에 끼어 꽃따기 놀이에 끼어들어보기도 하고 벨트를 돌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기도 하면서 그 따뜻한 분위기에 젖어들었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대부분 부지런하고 또 음식 솜씨가 좋았다. 그분들의 손이 지나가면 반쯤 썩은 늙은 호박은 맛있는 호박범벅이나 호박 주스가 만들어졌으며 먹다가 남은 식은 밥은 달콤한 식혜가 되어 나오고 음식들을 모아서 들기름을 두르고 부치면 추억의 장떡이 되었다. 그리고 얼음덩굴, 오가피, 취나물, 뽕나무잎, 엄나무잎 등등 내 손으로 내 땅에서 거두어들여 말려 놓았던 먹 거리들은 발통이 달린 듯 아낌없이 마을 회관으로 나왔다. 그 나물들을 장만해 놓으면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맛과 향기는 조금씩 달랐다. 마치 마을 어르신들의 성품이 조금씩 다르듯이~ 그렇게 넉넉한 인심들이 모인 마을 회관은 늘 먹 거리들과 사랑이 풍성했다.

언제부터인가 마을 회관은 시골에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추위를 다독거려주고 조금만 마음을 쓰면 거르기 쉬운 끼니들을 해결해주는 편리한 삶의 장이 되고 있었다.

자칫하면 자녀들을 모두 도회지 삶의 일선으로 보내놓고 고향을 지키고 있으면서 쓸쓸하고 외로워질 수도 있을 터이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랑방과 안방이 있기에 그분들은 슬퍼하거나 쓸쓸할 일이 없어 보였다.

오늘 날씨가 스산해지자 그분들의 따뜻한 손을 잡아보고 싶어졌다. 그분이 가슴에 품고 오신 따뜻한 팥시루떡의 온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건강하신지~아픈 데는 없으신지~ 내가 그분들을 만났을 때 칠십대였던 그분들은 어느 사이 팔순을 훌쩍 넘기고 있었으나 다행하게도 거동하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가장 다행하게 여겼던 것은 내가 소리 지르지 않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분들의 일상도 소상하게 얘기하면서 일상적인 대화가 소통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혹여 귀는 어두워지지 않았는지 정신은 바로 붙들고 계신지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었는데, 염려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반가워 손을 잡고 흔들고 또 흔들어댔다.

같은 양평에 살고 있지만 내가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분들이다. 아직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산골의 방문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인생 선배님이신 지인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면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숙제를 풀은 듯 기분처럼 가벼웠다. 자주 뵈러 올 것이니 어르신~ 건강 하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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