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O에 담은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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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O에 담은 우정
  • 송년섭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7.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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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송년섭 | 여행- 어느 때, 어디로 가든 일상에서 일탈하여 미지의 세계를 밟아본다는 기대, 조금 체면을 구기고 흐트러지며 술과 음악에 흥겨워 자유를 만끽하며, 여러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진심어린 웃음을 웃어본다면 이런 여행은 100점이다. 이런 여행은 여운이 짙게, 길게 남는다. 예전에 다녀온 우리의 여행처럼.

여수에서 박람회가 여수해변에서 열린다는 것이나 무엇을 보여주는지 궁금한 건 많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떠나게 되었는데, 경수회에서 마련한 계획에 묻혀 동행하게 되었다.

송두진. 강성호. 김명호. 김성기. 맹근열. 심만섭. 심상경. 송년섭. 왕영언. 이문재. 장신익. 홍기창. 허형화(이상 부부동반), 손승호. 이용숙(이상 외톨이) 합쳐 28명이 28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압구정역에서 출발한건 7월 17일 아침 7시 30분.

송두진회장 부인이 마련한 김밥, 맥주안주, 과일을 한 아름씩 안겨 시장하던 배를 가득 채웠다. 허형화의 재치 있는 소개로 참석자의 인사가 끝나고, 손승호의 박식한 미술 강의, 왕영언의 입담, 송두진의 음악으로 지루 할 사이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장마철이라 걱정하던 비도 안 오고 흐리기만 하여 다행스럽게 날씨도 한 부조하는 것 같다. 네 가지 고속도로를 거치며 들뜬 마음으로 여수로 향하고 있다.

누가 여행을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라 했던가.

심만섭이 여행사에서 짜준 식단을 무시하고 각종 자료를 뒤져 여수, 전주 최고의 식당을 추려내 서대 회, 게장백반, 장어탕, 전복죽, 전주비빔밥을 골라 맛과 양의 푸짐함과 먹을거리의 진수가 이런 것이라고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1박2일 여행 동안 정말 잘 먹었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미리 연락을 하기도 하였지만, 가면서 허형화가 또 확인하여 착오가 없도록 채근하니 조직위 직원이 약속시간에 마중을 나와 안내한다.

217만㎡넓은 땅에 전시면적이 25만m2 인데 한국관, 아쿠아리움, 100여국에서 개설한 국제관 전시실이 100여개가 넘으니 짧은 시간에 모두 본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 조직위 직원의 권고로 아쿠아리움(수족관), 한국관을 단체로 본 후, 국제관은 두세 개 나라를 개인적으로 보기로 하고 흩어졌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테마로 인류 생존이 바다와 연관 있음을 강조하며 바다를 잘 가꾸고 챙기자는 것이 여수엑스포의 목적이다.

박람회는 등록박람회, 인정박람회로 나뉘는데 “등록“은 규모에 제한이 없으나 ”인정“은 25만m2로 제한이 된단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후배, 여수EXPO 부 위원장 겸 사무총장인 김근수 동문(32회)의 설명이다. 기간 중 800만 명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이정도 규모로는 수용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고 구경하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무한정인 것도 애로사항이다. 2년 전 허허벌판을 내려다보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이 캄캄 했었다는 김 총장은 지금 대견한 눈길로 엑스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에 들어서니 상상도 못할 대형 수족관에 280종 33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이 헤엄치고 있다. 구경하는데 머리 위, 발 밑, 양옆이 바다요 물고기 숲이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눈이 휘둥그레지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각 나라의 영상물을 보여 주며 바다를 위한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엑스포의 주 내용이다. 박람회라고 하면 신제품을 진열하고 판매도하며 선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무식이 탄로 났다.
 한국관은 바다에 삶을 맡긴 뱃사람들의 애환을 담았는데, 강강수월래 곡이 나올  때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직접 나와 예쁜 춤을 선사하였다.

김 총장의 심도 있는 배려로 편안하게 관람해서 고마웠는데, 저녁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직접 Big-O(O는 Ocean의 약자인데, 설치물이 지름 35m의 원형이어서 겸사겸사 O라고 부르는 것 같다. 개인생각임) 쇼를 안내하였다. 빈 원형 테두리에는 345개의 분수 노즐을 설치하여 물과 불을 쏘아댄다. 빈 원형공간에 물을 뿌려 워터 스크린을 만들고 레이저나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쏘아 영상을 재현하는데 우리네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되니 감탄사만 절로 나온다. 바다의 생성, 파괴, 회복과정을 보여 주는데, 3천여 관객은 마루계단에 편한 채로 앉아서 관람한다.

피곤한 몸을 순천의 어느 모텔에 누이고, 잠을 잤나 말았나 하는데 모닝 콜 벨소리가 요란하다. 집 주인이 시계를 잘 못보고 한 시간이나 일찍 잠을 깨운 것.

여수 오동도를 가려고 한 참이나 왔는데 내가 모텔에 점퍼를 두고 왔으니... 가이드가 택시로 왕복을 달렸으나 나 때문에 20분이나 까먹어 마누라님에게 야단 좀 맞았다. 오동도까지 다리 위를 산책하는데, 충무공은 기록의 사나이인데 어디를 보아도 거북선의 척수가 안 나오니, 거북선은 한척일 것이라고 50여 년 전에 민병하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심만섭이 회고한다. 그런 것까지 기억하는 머리이니 서울 법대를 가지. 그러나 버스 속에서 많지도 않은 돈을 세 번 네 번 세어, 고것도 못 센다고 나에게 잡힌 약점은 꼼짝 않고 있으니 알아 두시게.

문화학술행사, 특별 기획공연, 참가국 문화행사, 연예인 쇼, 구경거리는 지천인데 여수를 뒤로하자니 아쉽고 서운하다.

점심은 길을 잘 못 들어( 순전히 식당주소와 전화번호를 정리하지 않아 네비에게 혼란을 준 주인의 잘못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식사를 하게 됐는데 성게, 해삼, 소라, 멍게, 전복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근래 들어 잘 먹고 잘 마셨는데 이 식대 반(半) 백 만 원은 장신익이 쏘았다. 잘 꾸민 정원, 맛있는 전복죽,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여행은 절정이다.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 갈대숲을 산책하며, 사람들이 가꾼 것 보다 잘 자란갈대숲에 찬사를 보낸다. 숲 사이를 배회하는 이름 모를 바다식구들이여 부디 사람들에게 잡히지 말고 천수를 누리라고 인사를 보내기 바쁘게 버스로 향한다.

전주로 가는 길은 간간이 비를 뿌려 대는데 홍기창부인의 고전무용 CD를 보려다가 기계가 맞지 않아 노래경연이 시작 되었다. 당연히 테이프는 홍기창이 끊고, 이용숙, 심만섭, 장신익, 이문재등 쟁쟁한 가수가 KBS가요무대를 무색케 한다. 경동이 낳은 신사 - 강성호, 김명호, 김성기, 맹근열, 심상경과 여고생들도 질 세라 마이크를 돌리며 흥을 돋우는데 어느 새 전주다.

그 유명한 비빔밥 만찬을 끝으로, 행복한 추억을 한 장 쌓으며 1박 2일 아쉬운 일정을 마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이 유익했다며, 모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경동여고생들도 흔쾌히 동조하여 1년에 한번 정도 지속하기로 결정하였다. 모임의 심부름꾼은 송두진이 자청하여 벼락감투를 하나 더 쓰고, 모임 이름은 경포회(京포-포는 EXPO의 포이다)라고 즉석에서 송두진이 작명을 하고 경포회의 탄생을 선포하니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만끽하고 동문 선후배의 정까지 더해 졌으니 이번 여행은 120점이다.

경동후배가 경영하는 예음여행사를 이용하고, 경동후배(42회 이윤근부장)가 안내하여, 경동후배가 총괄하는 세계 엑스포를 구경하니 온 누리가 경동 세상이다.

이래서 경동은 영원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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